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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Oct 08. 2022

결국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건

이기적인 나에 대한 단상

질서를 바로 잡는다. 꿈을 이뤘을 때의 내 모습엔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 가족이 없다. 물론 내가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리긴 하지만 그 얼굴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넌 왜 이렇게 이기적이니"

"왜 너만 생각하니"

"어떻게 니가 좋아하는것만 다 하고 사니"

"어차피 니 고집대로 할거면서 왜 물어봐"


삶의 무수한 선택들 앞에서 난 항상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도 없고, 연인도 없고, 친구도 없고, 나만 생각하는 사람. 죄책감을 느끼고 산다. 나는 계속 죄인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나는 내가 원하는 쪽을 택한다. 나는 벌 받기를 기다린다. 내가 원하는 일을 선택한 댓가는 벌이다. 세상이 어떤 형태로든 나를 벌하기를 기다린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일을 만든다. 분란을 만들고 '것봐, 원하는 삶을 사는건 쉬운게 아니야'라며 외로움을 자처한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쓴다. 어떻게든 내가 맞다고 설득해야 한다. 인정받기를 원한다.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내가 밉다.   


이건 모두 내 착각이다. 사실이 아니다. 가족도, 연인도, 친구들도 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있다. 나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물론 한때 나와 부딪혔던 시간들이 있다. 그게 벌써 10년도 더 넘은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 시간에 멈춰 지금을 해석한다.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말하고 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한다. 나를 믿지 못한다. 내가 나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자유롭고 싶고 당당하고 싶고 주체적이고 싶다는 말을 한다. 도망간다.


오늘에서야 봤다.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벌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불행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는지. 사실이 아닌 믿음을 붙잡고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 왔는지, 내 주변을 힘들게 했는지 이제서야 보인다. 나는 이기적이지도 이기적이지 않지도 않다. 나는 그냥 나다. 18살의 나를 만나 이제 그런건 끝났다고 말해준다. 마구마구 쏟아내는 말들을 가만히 들어준다. 안아준다. 그때 너에겐 그게 너무 진실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해준다. 장하다. 여기까지 와줘서.


나는 이제 다른 이야기를 쓴다. 내가 결정을 하고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결국 내 발목을 붙잡는건 나에 대한 불신이다. 아주 뿌리깊이 박혀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정교하다.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내 뒷덜미를 붙잡고 있다. 매우 매우 강력하다. 내 무의식을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아무리 긍정확언을 하고 시각화를 해도 결국 셀프이미지 때문에 돌아온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으니 다시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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