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의 꿈 : 둥글게 사는 삶
36년 만에 깨달았다.
나는 외모나 조건보다 태도에 끌리는 사람이었다.
마음을 반듯하게 세우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이성과의 무의미한 연락, 술자리 뒷담화, 지키지 못한 계획.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왜 복잡했을까?
나를 멈춰 서게 한 건, 바르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대충 살고 싶다가도, 마음 한편에서 ‘그러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를 붙잡는다.
학창 시절 도덕 교과서에서 '세모난 양심'에 대해 읽은 적 있다.
아이들의 양심은 세모여서 잘못할 때마다 모서리가 마음을 찌른다는 것. 하지만 어른이 될수록 그 모서리가 닳고 닳아, 잘못해도 가책을 덜 느낀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나는 세모난 양심을 지키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니 찔리는 마음을 무시하지 않고, 선하고 반듯하게 살기로 했다.
다가올 인연을 생각하며 떳떳한 만남만 하기로,
누군가를 뒤에서 욕하기보다는 상황을 벗어날 해결책을 찾기로,
무너진 계획은 내려놓고 다시 정리할 시간을 갖기로,
노선을 정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여유가 생기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1.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길 버스 정류장, 사람들의 표정엔 더위만큼 피로가 묻어 있다. 나는 ‘먼저 타기 경쟁’ 대신 양보하는 길을 택했다.
여느 날처럼 정류장에서 마지막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하자 앞에 앉아 계신 분이 "곧 내려요"라며 자리를 내어주었다. 자리를 양보받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양보의 선순환이었다.
굳이 빠르게 타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2. 북한강 카페에서
주말,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갔다.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오래 기다려 받은 음료가 잘못 나왔다.
"아이스 라테를 시켰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왔어요."
사장님은 미안하다며 음료를 가져갔다. 나는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사장님, 아메리카노로 결제하셨으면, 차액 결제해 주세요. 라테가 더 비싸잖아요."
그리고 돌아온 건 결제 취소와 사장님의 미소였다.
"주문 내역을 보니 아이스 라테로 찍혀 있더라고요. 저희가 실수한 거니까, 결제하신 거 환불해 드릴게요."
몇백 원을 더 내려다,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예전엔 남보다 빠르게, 손해 보지 않고, 원하는 걸 챙기는 게 성공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렇다고 얼마나 더 빠르게 갈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가질 수 있을까?
내 것을 가지려 굳이 인상을 찌푸리며 살 이유는 없었다.
둥글게 사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쌩-'하니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소음을 불쾌해하기보다는 운전자의 안전을 바라는 사람.
내 편안함이 누군가의 불편 덕분임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타인의 실수를 이해하고,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람.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짓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사람.
우리는 조금씩 모가 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각자의 온기로 그 모서리를 깎아간다면, 서로 상처받을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세모난 양심을 쥔 사람의 손을 잡고, 둥글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