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왜 공부를 못할까? (5)

학습장애

by 밍이


- 학습장애가 있을 때

타고난 지적장애 등은 대체로 눈에 잘 띕니다만 그렇지 않은 장애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아 때 영어유치원에 다녔다가 언어체계에 혼선이 오게 되는 경우인데요. 이중언어에 노출되는 게 성공적인 사례들도 많지만 그만큼 실패사례들도 많습니다.


내 주위에서는 다들 영유 나와서 무슨 학원 탑반이고 ar 몇 점대인데 너무 오버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실패사례들은 공유가 잘 안 됩니다. 누구도 '내가 영유 보내서 우리 애 지금 소아정신과 다닌다'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사실 소아정신과에 가봐야 되는구나 하고 문제를 깨닫는 부모도 많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돈 쳐들여서 영유 보냈는데 왜 이렇게 영어를 못하지?'라고 생각했다가, 그 뒤에는 '국어실력도 별로네. 영유 괜히 보냈나...'하고 후회하는데 그칠 뿐이지요. 하지만 아동심리전문가들 중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 하나 있는데요. '영유 하나 생기면 소아정신과는 세 개 생긴다'입니다.


정신과에 갈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모국어 기반이 약해지고 이것이 학습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이 있죠. 시간이 지나면 점차 극복되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그런 요인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장애는 아니더라도 뇌의 각 기능이 아직 고루 발달하지 않은 경우들도 있습니다. 저희 집 아동을 예로 들면, 5세 때 미술학원에 가서 '청록색'이라는 단어를 구사함으로써 미술 선생님의 찬사를 받아서 '얘 천잰가?'라고 잠깐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 뒤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잘 못해서 '얘 바본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나중에 풀 배터리 검사를 받아보니 어휘력은 평균 이상인데 추론 능력이 약하더라고요. 단어는 많이 알고 기억하는데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의미 연결이 잘 안 되었어요. 상담 선생님이 어차피 아는 게 많아지면 나중에 각각이 의미 있게 연결된다고 하셔서 크게 걱정은 안 했고 그 때로부터 한 2년쯤 지난 지금은 별 문제없습니다. 두뇌의 어떤 부분이 늦게 트이는 경우는 그냥 기다려주면 되는 거 같아요.


소근육 발달이 늦은 아이들은 공부 그 자체보다 글씨 쓰기가 힘들어서 공부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내가 소근육 발달이 늦어서 글씨 쓰기를 힘들어할 뿐 공부 자체가 싫은 건 아니야'라고 통찰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죠. 그냥 힘들면 '숙제 싫어!'하고 부정적인 정서를 가지게 될 확률이 큽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쓰기 숙제 많이 내주시면 안 됩니다. 물론 초등학교 입학해서 본격적으로 학업을 시작하는데 글씨 쓰기가 여전히 힘들고 엉망이면 연습시켜 나가야겠죠. 조금씩 천천히 하시면 됩니다.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많이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시면서요.


여기까지 읽고 나면 '소근육 발달 자체를 돕는 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죠? 저희 집 아동은 무려 4살 때부터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소근육 발달이 늦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소근육 발달을 위해 뭘 해야 하는가 찾아보니 엄마들이 집에서 가위질이나 실뜨기 등으로 연습시키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그 말에 매우 거부감을 가졌습니다. 안 그래도 사방에서 엄마가 뭘 해줘야 된다, 엄마표로 뭘 해야 한다, 엄마가.. 엄마가.. 엄마가... 이런 말들이 넘쳐나서 지쳐 있을 때였거든요. '어른이 되어서까지 소근육이 안 자라서 고민이라는 사람 보지도 못했어. 때 되면 알아서 클 것을 뭘 그렇게까지...'하고 넘겼어요.


그리고 아이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글씨 쓰는 걸 힘들어하자 조금씩 쓰기 연습만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단어씩, 그다음엔 한 문장씩... 길게 보고 힘들지 않게 조금씩이요. 지금은 또래 남자애들 평균 수준 정도 됩니다.


아마 제가 일찍부터 가위질 같은 거 시키면서 소근육 발달을 위해 노력했더라면 더 빨리 익숙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때는 일하고 애 보는 것만으로도 가진 에너지를 최대치로 쓰고 있었거든요. 이 부분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다만 아이가 유치원에서 다른 애들이 다 능숙하게 하는 단추 끼우기, 지퍼 잠그기, 우유팩 열기 등을 힘들어하면 그것은 연습시켜 주시는 게 좋습니다. 민감한 애들은 거기에서부터 자신감을 잃을 수 있거든요. 단체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중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은 익히도록 도와주시는 게 좋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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