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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대 Oct 18. 2020

눈물

요즘 눈이 부셔서 안과의원에 다닌다. 부시다 보니 깜빡거리게 되고 인상도 찡그려진다. 안구건조증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거울을 가까이 보았더니 찡그린 주름이 생겨 깜짝 놀랐다. 눈뿐만 아니라 오래 써먹은 몸 이곳저곳이 고장 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역시 오래된 연식年式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눈물은 거의 수분이 이지만 약간의 염분으로 돼 있다. 적당량의 눈물이 나와 눈을 촉촉하게 적셔서 부드럽고 편안한 눈 상태를 유지해 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눈에 들어온 이물질을 씻어 내고 각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도 한다. 나는 그러지 못해 인공눈물을 사서 자주 눈에 넣는다. 아내는 반대로 눈물 과다분비로 힘들어한다. 아내가 “내 눈물 가져가면 되겠네!”라고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서로 딱 맞을 것 같다. 동네 사는 고향 친구는 내 아내보다 더 심하다.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 닦기에 늘 바쁘다. 눈물은 적당량을 흘려야 하는데 우리는 그 양이 너무 많거나 적어 눈 건강에 문제가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운다. 

동과 서 두 철학자의 해석이 재미있다. 셰익스피어는

“바보들의 세상에 강제로 떠밀려 나오는 것이 서러워 운다.”라고 했고, 

연암 박지원은 

“막히고 답답하고 컴컴한 어머니 뱃속에서 갑자기 넓고 밝으며 후련한 곳으로 터져 나왔을 때 어찌 소리 지르지 않고 견딜 수 있는가, 그 절규가 울음뿐이다.”라고 했다. 

뱃속에서 안 하던 숨쉬기를 하려고 울 것이다. 

갓난이는 울음소리가 우렁차도 눈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눈물에 대한 재미있는 표현이 많다. '차가운 눈물', '뜨거운 눈물', '닭똥 같은 눈물'도 있다. 얼마나 슬피 울어 눈물방울이 컸으면 그리 표현을 했다. 인정머리 없다는 뜻으로 ‘피도 눈물도 없다.’는 말이 있고,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도 있다. 가난으로 고생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 인생을 논하지 말라.’라는 말도 있다.     




눈물은 왜 날까? 얼마 전 월드컵 선수 손홍민의 눈물이 화제였다. 멕시코전에서 패하고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테고, 독일전이 끝나고는 승리의 기쁨뿐 아니라 전에 패했던 아쉬움이 섞였을 것이다. 눈물은 너무 기뻐서, 너무 슬퍼서……. 앞에 ‘너무’가 꼭 들어가야 맞을 것 같다.      


눈물은 종류도 많다. 눈을 건조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생리적인 눈물이 있고, 양파나 마늘, 매운 고추, 찬바람, 최루탄 가스와 같은 이물질이 강압으로 눈물샘을 자극하여 나오는 자극 반사적인 눈물도 있다. 그보다 기쁘거나 슬퍼서 우는 감정의 눈물이 많다. 기쁘고 행복해서 나는 눈물, 이별이 슬퍼 우는 눈물, 잘못을 뉘우치는 참회의 눈물, 고향이 그리워 우는 향수의 눈물이 있고, 고마움에 감격해 나는 눈물, 분함에 못 이겨 우는 눈물이 있다. 슬프거나 기뻐 울 때보다 분해서 울 때 나오는 눈물이 가장 짜다고 한다.     


눈물에 대한 두 가지가 생각난다. 내 나이쯤 되는 사람이면 70년대 초 KBS에서 방영한 ‘여로’라는 드라마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은 TV 앞에서 눈물 짜느라고 거리가 한산했다. 또 한 가지는 80년대 초로 기억된다. 역시 KBS에서 4~5개월에 걸쳐 생방송을 한 이산가족 찾기 특별프로그램이다. 밤잠을 설치며 많은 국민이 함께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하는 노래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나는 많이 울었던 적이 있다.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인의 사연,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자랑스러운 다문화가정 2세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울고 나면 시원해짐을 느낀다. 정화淨化를 뜻하는 ‘카타르시스’라는 단어가 있다. 종교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몸 안의 불순물을 배설한다는 의학적 술어로도 쓰인다. 감동의 눈물은 건강에 좋다. 우는 것이 심신을 이완시키고 혈압을 낮춘다고 한다. 물론 눈 건강에 좋다.      


기쁘면 눈물이 나도록 박장대소해보자. 

감정이 복받치면 소리 없이 흐느끼지 말고 펑펑 눈물을 쏟으며 대성통곡이라도 해보자. 

‘슬플 때 울지 않으면 다른 장기가 운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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