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속한 단체 회원에게 전하는 글을 홈페이지나 인터넷 카페, 카카오 톡, 밴드 등에 자주 싣는다. 여러 사람에게 전하다 보니 깍듯이 존댓말을 쓰게 된다. 그럴 때마다 글이 길다는 느낌이 든다. 반말을 쓰면 글 수가 훨씬 짧아져 쉽고 빠르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이를테면 “모이자!” 하면 될 것을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는 "모이시기 바랍니다."라고 해야 되니 반말에 비해 얼마나 번거로운가!
반말은 친근한 관계의 동료 지간이거나 아랫사람에게 편하게 사용한다. 지위가 높건 낮건, 나이가 많건 적건 서로 반말을 쓰는 건 우리 문화에 맞지는 않는다 생각된다. 그런데 요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서 반말을 사용하는 곳이 20여 곳이나 된다. 반말을 사용하면 수평적 관계가 이루어져 친근감이나 편안함이 있어 소통이 쉽고 존댓말에 비해 말 수가 짧다. 글로 쓰더라도 글자 수가 절반 정도라 효율적이다.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기 쉽고,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다듬어야 하는 존댓말에 비해 심적 부담이 적어 반말을 사용하면 경영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을 돈으로 여기고 분초(分秒)를 다투는 기업에서 이익창출에 그 목적을 두었다하겠다. 기술 분야뿐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답게 ‘관계’나 ‘소통’ 그리고 '경제성'을 중요시한 결과이다.
반말 문화를 정착시켰거나 시도하는 스타트업은 '라프텔' '마인딩' '클래스 101' 등 여러 곳이다. '클래스 101'은 취미를 배우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업으로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기업이다. 이곳 임직원 90여 명 모두가 반말을 쓴다. 열아홉 살 차이가 나는 94년생 대표와 94학번 부대표는 서로 반말을 주고받는다. 막말 아닌 반말 사용은 상호 간 존중이 기본이다. 카카오 톡 같이 글자로 의사소통할 때도 존댓말은 더 많은 글자가 필요하다. 각자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가장 날것의 생각을 던질 수 있는 반말을 쓰기로 한 것이다.
어떤 기업에서는 입사하자마자 동갑내기 대표에게 '현수야!'라고 이름을 부른다. 대표 현수는 "한국 특유의 서열 문화 속에서는 솔직하게 의견을 내고, 격렬하게 토론을 하는 업무 방식을 정착시키기 어렵다"며 "예의 차리지 않고 정확하고 빠른 의견 개진을 위해 존댓말을 없앴다"라고 한다.
백기복 국민대 교수는 "과거의 ‘카리스마 리더십’보다 지금은 함께 가는 '프렌드 리더십'이 대세"라며 "20~30대가 주를 이루는 기업에서 반말 문화를 도입하는 것도 충분히 소통하는 '프렌드 리더십'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반말을 쓴다고 한다. 수학을 가르치는 14년 경력의 교사가 학생들에게 자신과 반말로 얘기하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해 5년 전부터 서로 반말을 사용한단다. 이처럼 교사와 학생이 서로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좀 지나친 듯하다. 또래끼리 친해지려는 순수한 생각으로 반말을 했더라도 듣는 이에 따라 자칫 큰 싸움거리가 될 수 있다. 하나 객지 벗 10년 지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대로라면 아래위로 10년 나이차가 나도 벗이 될 수 있다. 10년 정도 나이차라면 서로 반말하고 지내보자. 거기다가 2년만 더 보태자. 띠 동갑내기 정도라면 반말 사용하자. 열아홉 살 나이 차이의 '클래스 101'사 대표와 부대표도 반말을 사용하지 않는가. 쑥스럽거나 부자유스럽더라도 반말을 한 번만 주고받으면 전보다 훨씬 가까워지는 사이가 되는 것을 더러 경험했을 것이다.
말 수를 줄여 소통을 빠르게 하려거나 글자 수를 줄여 일을 쉽게 하려는 것보다, 서로 늙어 가는 처지에 따질게 뭐 있겠는가. 반말하면 서로 친근감이나 편안함도 한층 더해질 걸세. 우리 반말하고 지내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