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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대 Oct 19. 2020

기다려지는 사람

나는 출근길에 십여 명의 사람을 거의 매일 만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특히 시선이 가는 사람 숫자다. 전철 타러 가면서, 전철 안에서, 전철에서 내려 직장까지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를 지나다니고, 전철도 같은 위치에서 타거나 내리다 보니 그렇다. 그분들은 전혀 관심 없이 지나친다. 나는 만나던 사람이 안 보이면 조금은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90년대 가수 김상희 씨가 부른 '대머리 총각' 노래가 생각난다.


  여덟 시 통근 길에 대머리 총각

  오늘도 만나려나 떨리는 마음

  (중략)

  내일도 만나려나 기다려지네


출근길에 수녀 한 사람도 만난다. 그를 만나는 날은 왠지 마음이 경건해진다. 전철에서는 40대로 보이는 여성을 만난다. 그는 좀 건강하지 못한 듯 보인다. 분명하지 않은 발음으로 누군가와 늘 큰 소리로 통화를 한다. 경로석에도 비어만 있으면 덥석 앉는다. 또 같은 또래 남성 한 사람도 경로석을 찾아다니며 앉아 뭐라 뭐라 혼자 중얼거린다. 같은 시간에 늘 다니는 거로 보아 직장인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며칠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직장을 잃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됐는데 어제 아침에 그 여성을 보니 반가웠다. 남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아차산 약수터를 갔다. 가는 길에 늘 보이던 할머니가 안 보인다. 산에서 내려오던 60대 어느 여성이 "올라오시는 길에 떡 파는 분 없던가요?" 하고 묻는다. 신성시장 쪽에서 영화사 절에를 가기 전, 계단 길 밑에서 떡을 팔던 할머니가 안 보인다. 그는 떡을 사든 지 안 사든 지 누구에게나 항상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잘한다. "못 봤는데요, 휴가 중이신가 봐요." 하고 대답했다. 한편 걱정이 된다.


얼마 전 어느 택시기사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난다. 택시운전수는 일반직과 달리 정년이 없다. 그러다 보니 70대, 80대 기사가 많다. 심지어 90대도 더러 있다고 한다. 운전을 같이 하다가 보이지 않다가 나중 들어보면 다시 못 올 먼 길로 떠나곤 한단다. 혹시 떡 장사 할머니도 그러신 건 아닐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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