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엔 비거뉴어리
'비건은 아니지만(https://brunch.co.kr/@mydreamlog/28)' 글에서 다짐했던 대로 1월 7일부터 비건식을 시작했다. 목표는 설 연휴 전인 1월 30일까지. 그렇게 24일이 지났다.
총 24일간의 여정 중, 4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건식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비거뉴어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기 전 미리 해 둔 약속이 있던 날, 그리고 부스터 샷을 맞은 다음날 간 식당에서 비건 메뉴가 하나도 없어서 계란이 들어간 김치전을 먹은 것, 그리고 그다음 날 요리할 힘이 없어 컵라면을 먹었다. 다행히 홍콩 식당에는 베지테리언/비건 메뉴를 갖춘 곳들이 꽤 있고,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도 비거뉴어리에 도전 중이라고 하면 내가 따로 비건 메뉴를 시키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함께 비건 식당에 가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건, 생각보다 그렇게 힘든 것은 아니었다.
김치, 요거트도 먹지 못하는 게 조금 힘들었달까. 그것만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좋았다.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풀만 먹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하고, 대체육이 있더라도 고기 맛이 너무 그리워져서 포기하고 싶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고기 생각은 정말 하나도 나지 않았다. 두부와 버섯을 좋아해서 매일 다르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었고, 가끔 기름진 음식이 땡길 땐 비건 버거를 시켜 먹었다. 식물 기반 대체육도 이런저런 브랜드를 시도해봤는데, 놀라울 만큼 만족스러웠다.
고기나 해산물을 먹지 않아서 더 건강하게 느껴졌다기보다는, 부지런히 집에서 요리를 해 먹어서 건강하게 먹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직접 요리를 하니 식단도 조금 더 균형 잡힌 방향으로 하고 싶었다.
라이프 스타일
그저 먹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비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게 된다. 동물보호, 환경보호, 그리고 건강을 모두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지켜나가는 방법은 식단을 바꾸는 것 이외에도 많이 있다. 특히 내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 내 주방을 채우고, 또 내 주방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홍콩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정말 놀랍게도 엉망이다.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기 위한 법안이 2021년(!) 8월 통과되었다.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홍콩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일부 사무실이나 거리에 있는 쓰레기통에 '플라스틱', '캔' 등 분류가 되어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며 결국은 다 매립지로 보내진 다고 한다. 홍콩에서도 몇 년 이내에 분리수거를 법적으로 시행할 예정이고, 지금은 그린 커뮤니티라는 재활용 센터를 만들었다. 현재 홍콩에 총 11 곳이 있다. 홍콩인들의 분리수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3kg 이상의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는 사람들에게 스마트카드를 발급해주고 포인트도 적립해준다. 나도 작년부터 그렇게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가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2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곳이라 사실 너무 불편하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덜 만들면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비건 라이프 스타일의 일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거뉴어리 최고의 메뉴
나의 24일 비거뉴어리 도전의 일등공신은 '두부면'이다. 한인 마트에서 대량 주문한 두부면으로 각종 음식을 해 먹었다. 우선 단백질 함량이 높고, 또 면요리 같아 보여서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두부면은 안에 충전수를 버리고 물에 한번 헹궈주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일반 레시피에 면 대신 사용해도 좋고, 온라인에서 여러 레시피를 찾을 수도 있다. 내가 두부면으로 해먹은 몇 가지 요리(라고 부르기에 너무 간단한 무언가)를 공유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두부면 노크림 버섯 파스타
재료: 두부면, 마늘, 양파, 양송이버섯, 야채 육수, 오트밀크(혹은 다른 우유 대체품)
두부면은 포장에 충전수를 제거하고 물에 한 번 행궈 채에 올려둔다.
양파와 버섯은 썰어서 준비해둔다.
소스는 약간의 채수(야채 육수 큐브를 물에 풀어서)와 오트밀크(혹은 두유나 아몬드 우유 등 대체 우유)를 섞어 준비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 썰어둔 양파를 볶다가 양파가 어느 정도 색이 변하면 버섯과 두부면을 넣고 소스를 부어준다.
소금, 후추 등 간을 하고 소스가 적당하게 졸여지면 완성
비빔 두부면
재료: 두부면, 양배추, 어린 시금치 잎, 느타리버섯, 비빔면 소스
두부면은 포장에 충전수를 제거하고 물에 한 번 헹궈 채에 올려둔다.
양배추, 버섯을 볶다가 시금치 잎을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만 살짝 볶는다.
두부면을 비빔면 소스에 버무리고, 고명으로 양배추 버섯볶음을 올려 먹는다.
볶음 두부면
좋아하는 재료를 잔뜩 넣고 두부면과 함께 볶으면 된다!
나의 짧은 비거뉴어리 여정은 설 전날 홍콩 명절 음식인 푼초이와 만두를 먹으며 끝이 났지만, 앞으로도 집에서 먹을 때는 채식 혹은 비건식을 계속 시도해볼 예정이다. 집 앞 마트 대체육 코너에서 발견한 새로운 옵션들과 함께. 베지테리언, 비건 그리고 플렉시테리언 여러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