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료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
3명 중 1명이 유방암에 걸릴 만큼 흔한 병이다. 괜찮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 젊은 유방암 환자는 아무도 없었다. 수술, 항암 그리고 방사선이라는 큰 산을 넘을 자신이 도저히 없었다. 내 몸의 면역세포를 죽이면서, 온갖 부작용은 다 끌어안고 치료를 왜???
하고 싶은 것은 웬만큼 하고 살았고,
가고 싶은 여행지도 거의 다 갔고,
지금 당장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었다.
내 몸에 털이란 털은 다 빠지는 항암을 왜 해야 하는 건데? 그 힘든 치료를 다 버텨낸다고 재발, 전이가 안 되는 게 아니잖아. 어차피 음식,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면 서울생활 정리하고 귀농하는 게 더 나은 선택 같아. 그러다 자연치료가 잘 안되어 암이 퍼지더라도 남은 시간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다 이 세상 떠나면 되지 않을까?
평화롭게 죽는 모습을 상상하다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먼저 저 세상으로 가면, 이생을 제대로 못 살 것 같은 사람, 엄마. 그리고 남아있는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표준치료냐 자연치료냐 선택의 순간은 항상 어렵다.
(표준치료란 일반적으로 수술,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표적치료 등을 의미한다. 많은 데이터를 통해 일반적인 표준이 만들어졌기에 편의상 이렇게 부른다.)
그러다 동생이 '괜찮아'님의 블로그에 누나를 만나 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고, 젊은 유방암 환자를 만나게 되었다.
Q: 표준치료냐 자연치료냐를 고민하고 있어요. 자연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누구나 암환자가 되면 겪는 레퍼토리 같아요. 저도 자연치료에 대해 엄청 많이 알아봤었죠. 그런데 수술도 할 수 있을 때 하는 거예요. 자연치료 쉽게 봤다가 큰코다쳐요. 치료 순간을 놓쳐서 암이 전이되는 경우에 그 후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슴을 절제하는 것 감당하기 쉽지 않았죠. 그런데 내 딸에게 가슴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중요한 건 엄마지. 딸의 졸업식, 입학식, 결혼식 등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엄마가 있고 없고가 얼마나 클까. 그것만 생각했어요.
그렇다. 가슴보다 더 중요한 엄마 자리!
천국도 좋지만 천국보다 가족 곁에 조금 더 있다가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간단하게 생각하니 표준치료 중에서 그나마 쉽다고 하는 수술산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난 표준치료에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