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Sep 15. 2021
얼마 전
아이가 한참을 냉장고 문을 붙잡고
낑낑거리길래 뭐하냐고 물었다.
" 속이 안 좋아서 매실차를 먹으려는데....."
" 그럼 타마시면 되지."
" 저~기 매실청이 보이는데 꺼낼 수가 없잖아."
" 어디 봐봐."
매일 먹는 나의 낫또들이 매실청 병을 딱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낫또를 5개 들어내고 매실청 병을 꺼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낫또를 가지런히 세웠다.
" 어! 엄마 , 어떻게 꺼냈어?"
" 얘가 진짜... 내가 널 이렇게 바보로 키운 거니?
낫또를 들어내면 되잖어."
" 꺼내면 다시 세워놔야 하잖아. 그래서
낫또 안 건드리고 꺼내려했지. 근데 저 낫또를
다른 데로 이사 보내면 안 돼?"
갑자기 자존심 상했다.
'내가 유일하게 챙겨 먹는 건데 그걸 옮기라고?'
살림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냉장고 정리를 칼같이 각 잡아서 해놓고
하루 세끼를 후다닥 차려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된장찌개를 20분 내에 끓여야 하는데
호박, 양파, 마늘, 대파, 감자를 모두 꺼내
잘라 쓰고 남은 건 또다시 포장해서 그릇에
담아 예쁘게 세워두고... 쉽지 않다.
적당히 자르고 남은 건 비닐에 둘둘 싸서
신선실 서랍을 급할 땐 발가락으로 열어서
봉지를 슛 하고 다시 발로 밀고...
이게 나의 스타일이다.
언젠가 쓴 글처럼 나도 네모를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냉장고 속은 네모 네모로 해결이 어렵다.
냉장고를 정리한다고 애쓰지만 장보고 이틀이면
다시 초토화되기 일쑤이다.
어느 날 sns에서 기가 막히게 냉장고 정리를
한 어느 인플루언서의 사진을 보고
나도 사각형 트레이를 코스트코에서 사들였다.
그게 몇 달 전 일이다
사각 트레이를 냉장고에 밀어 넣으니
한단에 2개씩 들어가고 조금 빈 공간이 생긴다.
우리 집 냉장고는 7-8년 전에 바꾼 냉장고이고
용량도 꽤 큰데 그 인플루언서의 냉장고처럼
예쁘게 트레이가 안 들어간다.
암튼 그렇게 마련한 트레이 안에 이것저것
넣고 나니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기분은 좋았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되었다.
뭐 하나를 꺼내려면 깊숙한 트레이를 서랍 열듯
꺼냈다 넣었다...
또 트레이 안에 넣자면 둥근 그릇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아귀가 맞지 않아서 빈자리가
생기고...
식구들은 내내 자신들이 찾는 물건이 어딨냐고
난리들이고...
점점 남은 공간을 찾아 테트리스가 시작됐고,
트레이를 넣고 남은 빈 공간에는 어쩔 수 없이
매실청병을 넣고 매일 먹는 낫또를 전진 배치했다가 괜히 기분만 상했다.
난 결심을 했다.
트레이를 다 빼내고 원래 내 스타일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쌓여있는 트레이들은 훗날 유명 인플루언서의
냉장고와 같은 걸로 바꾸게 되면
그때 사용해야겠다.
살림에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다.
결론은 <내 마음대로 , 내 스타일대로> 인 것 같다.
그리고 섣불리 따라 하지 않기로 했다.
Bravo my 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