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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아보카도 핫도그♡



아보카도 핫도그


XX 컬리에서 주문하면서 배송비 무료 채운다고

핫도그빵을 샀다.

냉장고 뒤져서 재료를 모아본다.


팬에 다진마늘과 버터 조금 넣고 볶아주다가

토마토 케찹, 우스터 소스 조금, 레몬즙 조금,

후추 조금, 크러쉬드 페퍼 ( 없으면 다진 청양고추나 고춧가루 쬐금) 구운 파프리카 가루,

꿀 ( 없으면 설탕 취향껏)  넣고 약불에서

졸여서 소스를 만들어 둔다.


존슨빌 소시지는 흐르는 물에 한번 씻어

촘촘히 칼집을 내어

 팬에 골고루 뒤집어가며 굽는다.


로메인 상추나 양상추는 물기빼어 채썬다.

아보카도는 슬라이스로 잘라둔다.


핫도그빵 안쪽에 마요네즈 얇게 발라주고

( 그래야 야채때문에 축축해지지 않는다.)

채소 듬뿍 넣고 구운 소시지, 아보카도 얹고

만들어둔 핫도그 소스 취향껏 얹어주고

견과류도 으깨어 뿌려준다.


먹을때 입을 크앙~ 하고 양껏 벌려 주어야 한다.

먹다가 채소들이 우르르 떨어지기도 한다.

그치만 핫도그는 이렇게 먹어야 제 맛이지.


귀찮은거 싫어하는 남편 눈치 슬금슬금 보는

따사로운 가을 아침이다.

( 오래된 육교앞에 선 남편)


얼마전 ' 헤어질 결심' 이란 영화를 보았다.


' 결심' 이란걸 하려면

먼저 내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단호함마져도 있어야 한다.

지금의 상황보다 좀 더 나아지려고

생각의 끝을 단단히 틀어 묶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헤어지기 위해 결심한다는게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근래에 나도 그런 결심을 한 적이 있다.


우리  파트 앞에는

낡고 오래된 육교가 하나 있다.

내가 이사온지 20년 넘었고

우리 아파트는 지은지 30년이 넘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으니

육교의 나이는 족히 30살이 다 되었을 것이다.


20여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는

바로 육교때문이었다.

길 건너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아파트 정문과 학교 정문이 육교로 연결되어

아이를 등교시킬때 참 안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에 구청에서

육교를 없애겠다는 공고문을 붙였다.

주민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육교를 없애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미관을 위해서라고 했다.

남편과 산책길에 그 공고문을 보고

허전한 마음에 기념사진을 찍어 두었다.


딸들 제 몸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계단을 오르며  아지랑이처럼 하늘대며

등교를 했었다.

비오는 날은 비옷입고, 장화신고

첨벙대며 올라가면서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 엄마~~'  하며 깔깔거렸다.

저학년때 나는  하교시간에 맞춰

사진속에 남편이 서있는 저 자리에 서서

팔랑대며 뛰어오는 딸들을 만날 생각에

두근거렸었다.


아이들이 다 자라고 어른이 된 지금은

운동삼아서 일부러 저 육교에 올라서서

오가는 차도 보고 석양도 보고 그랬었다.

나와함께 나이 들어간 육교가 사라진다니

참 우울하고 슬펐다.


육교는 공고문이 붙은지 얼마 안되어

그 흔한 '쾅'  소리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사라진 육교자리는 어느새

넓다란 인도로 바뀌었는데

인적은 드물다.

하얗게 깔린 보도블럭만큼

마음엔 구멍이 생긴것 같다.

내아이들의 어린시절과

초보엄마였던 나의  그 시절들을

도둑맞은듯 허전한다.


육교와 헤어진지 한달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난 헤어지지 못했다.

내맘과 다르게

철없는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 하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r39tEYAa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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