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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너는 기억하느냐

소고기 편채( 찹쌀구이) ♡



소고기 찹쌀구이와 들깨소스


채소 안먹는 식구들땜에 고민이다.

고기는 먹되 칼로리 적게 먹을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불고기거리를 약간의 소금 , 후추로 밑간한다.

팬에 약간의 기름을 두르고  

찹쌀가루를 묻힌 고기를 앞뒤로 지져준다.


양배추, 파프리카, 오이,깻잎 등 집에 있는 채소들을 곱게 채썰고,

무순은 씻어서 물기를 빼둔다.


지진 고기에 채썬 채소들을 넣고 돌돌 말아주고

잣가루 조금 뿌려준다.


소스는 간장에 레몬즙이나 식초,

설탕 조금, 들깨가루 넣고 섞어준다.

고기말이를  소스에 찍어 먹는다.


새콤 달콤하고 들깨가루와 소고기때문에

고소해서 밥없이 먹기에좋다.



며칠 비가 내리더니

플라타너스 잎은 모두 떨어져

푹신할정도로 쌓여있다.


어제는 가을의 자태가 우아하기 그지 없었는데

오늘은 바람이 불면서 그 모든게 와르르 쏟아지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늘로 손을 뻗쳤는데

운좋게 플라타너스 잎을 거머쥐게 됬다.


나의 사랑하는 모교 K여중은 매년  가을이면

< 문학의 밤>  이라는 큰 행사가 있었고

문예부였던 나는 3년동안  국어선생님들을 도와

그 행사를 준비했었다.


물론 그때도 책읽고 글쓰는걸 좋아했었지만

그 힘든 행사를 새벽같이 나가서 준비했던건

나를 참 예뻐하셨던 국어쌤이 계셨기때문이다.


중3  그 해 가을.

여느때처럼 문학의 밤 준비를 돕고 있는데

선생님이  내게 물으셨다.

- 얘, 넌 이번에 어떤 작품을 낼거니?

- 네 .  저는 시화를 내볼까 해요.

- 그래? 기대하겠어.


하교길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신촌역을 지나 터덜 터덜 걸어오는데

잎이 넓은 플라타너스가 보이는거다.


바로 저거야!


버스럭대고 커다란 잎을 한웅큼 주워  

집에 가서 깨끗이 잎을 닦은 후에

하얀 물감으로  시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김현승의 < 플라타너스 >.

의외로 시가 길었고, 사이즈를 잘못 파악하여

쓰다보면 잎이 부족하고, 어떤 경우는 쓰고보니

잎의 여분이 너무 남고...

암튼 그렇게 간신히 시를 옮겨적었는데....

거기까지만 했어야했다.


다른 친구들과 차별되게 멋지게 꾸며보겠다는

욕심이 들어  해서는 안될 짓을 하고야 말았다.


책싸는 두꺼운 비닐 사이에 잎을 넣고

수건을 덮고 다림질을 했다.

지금은 어디가나 코팅이 쉽지만

38년전에는 광화문 몽블랑까지  사진을

들고가야 책받침을 만들수 있었던 시절.


나름  아이디어를 낸다는것이....

그렇게 밤새 다리미와 씨름후 근사하게

코팅된 플라타너스를 들고 등교했다.


방과후,

국어쌤이 나를 부르셨다.

" 얘,.  어쩌냐.  니 작품을 전시하기 어려울거 같어.

하며 건내시는데.... 비닐코팅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 벌어지고 잎에 쓴 글자는

다  떨어져나가고..


아!  다림질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걸 받아들고 돌아서는데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는지.

내 작품을 전시 못해서 슬픈것보다

선생님 뵙기가 너무 창피해서 울었던것 같다.

닭똥같은 눈물때문에

그날 문학의 밤은 눈물로 얼룩진 밤이었다.


가을. 플라타너스. 김현승의 시,... 하면

그시절 그 일이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 먼 길을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김현승 < 플라타너스> 중에서....


그 시절.

나와 함께 걸었던건 플라타너스뿐 아니라

순수했던 열정도 함께 했던것 같다.

그래서 이 가을이 가난하지 않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6W9qqRqJJ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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