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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떠나길 잘했어

깍두기 볶음밥♡



깍두기 볶음밥


설렁탕집 깍두기 만든 게

조금 남아있고 많이  익었다.


대파를  오일 두르고 센 불에 볶아서

 파 기름을 낸다.

쫑쫑 썰은 깍두기와 다진 양파를

파 기름에 볶다가  불을 끈다


식힌 현미밥을 넣고

 맛간장 조금, 깍두기 국물 조금

넣고 밥을 비빈 후 팬에 얇게 펴준다.

불을 가해서 타닥거리는 소리가

 ( 마치 누룽지 굽는 소리처럼) 나면 섞어준다.


이렇게 두어 번 한 후 불 끄고 참기름 떨어뜨린다.

자투리 불고기가 있어

따로 바싹 볶아 함께 낸다.


식구들한테 주면서 '' 맛있지? 맛있다고 해야

또 해준다.''  하니 , 모두 '' 응. 맛있어''  한다.

영혼 없는 합창소리지만

그래도 내가 힘내서

상 차릴 수 있는 원동력이다.




연말 다가오니 남은 연차 빨리 써야 한다며

아무 때나 계획 없이 휴가 내시는 남편님 때문에

졸지에 이곳저곳 눈을 쉴 수 있는 푸르름을

보러 다닌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연차가 남아 있을 리가 없다.

늘 모든 휴가를 몰아서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길게 떠났는데...


22살 막내가  아장아장 걸을 무렵

그러니까  18년 전쯤

남편에게 제안을 했다.


다리에 힘 있을 때  여행을 떠나자고.

비용은.... 일단 내가 알뜰히 살아보겠노라고...

모자란 건 마이너스 통장에서 보충하고

 열심히 마이너스 통장을 메꿔가는 것도

 훌륭한 저축이라고..


길지 않은 인생. 그것도 한창 젊을 때

갇힌 건물에서 햇빛도 못 보고 종일 일만 하다

세월 보내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냐고...


결국 나의 설득에 넘어가서 그때부터 6개월에

한 번씩 짐 싸들고 낯선 나라로 떠나기 시작했다.

연월차를 모아 20일 또는

어쩌다 남편이 장기근속 휴가라도 받으면

배낭 메고 이나라 저나라  걷기 시작했다.

 돌아올 때는 공항에서 찢어진 운동화는

 모두 버리고 왔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방학 때 학원 다닌 기억이 없다.


떠나보면 길이 보였고, 얽힌 실타래도 풀렸다.

내가 매일 걷는 것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함이다.

살면서 스스로 체득하게 된 몇가지  <가치관>이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 떠나보면 알게 된다>이다.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한발자욱만 멀리 내딛어 보고

낯선 공기를 만나보면

우리에겐 용기가 생기고 너그러움도 생기게 되는것 같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 발을 쭉 뻗어 보시라.

뻗어보기 전에는 그 곳이 낭떨어지인지 드넓은 초원인지

우리는 알 수 없으니까……


''  그동안 내 말 듣길 잘했지? 우리한테 남은

재산중 1호는 18년간의 여행지에서의 추억들이잖아. 그 돈 다 모았으면 수억이겠지만

좋았던 기억과 비교할 수 있나? ''

언제나 나의 공치사로 우리 부부의 대화는 끝난다.


코로나의 창궐로 옴짝달싹 못하고 거의 두 해를

이렇게 보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예전 기억들로 잘 메꿔가고 있다.


2년 후쯤 남편이 완전히 은퇴하면  다시 떠날 여행을 계획하고

그때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시작할 것이다.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것이다.


가을소리가 유난히 분주한 청아한  아침.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KahAPQ9 sl6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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