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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나를 위해 샀다

오징어채 볶음♡



오징어채 볶음


오징어채 ( 진미채) 를 끓는물에 살짝 데쳐 내어 물기를 짜준다.

마요네즈를 조금 넣고 조물거려둔다.


다진마늘 조금, 고추장, 고춧가루, 올리고당, 진간장

조금  섞어서 팬에서 바글거리게 끓으면 마요네즈에

버무린 오징어채를 넣고

골고루 양념이 입혀지게 잠시

섞어주고 불을 끈다.


김에 밥과 오징어채 몇가닥씩만 넣고 한입 크기로 말아주고 참기름 발라준다.


오징어채 말이의 첫 맛은

김과 참기름의 고소함이 퍼지면서

씹을수록 쫄깃하고

마지막에 목으로 넘어갈 때는

“ 조금만 더 내 입속에 머물러 주라”하는

아쉬움마저 들곤 한다.




옛날에도 비싸고 지금도 비싼게 3가지가 있는데

고사리, 명란젓 그리고 오징어채이다.

이 세가지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결혼전에는 엄마가 차려 주시는 식탁에

이 삼총사가 늘 있었기 때문에 비싼줄 몰랐는데

결혼하고서 스스로 장을 보면서

가격이 꽤 비싼 것에 놀랐던 적이 있다.


결혼하고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이 세가지는 비싸서

늘 살때 잠시 머뭇하게 된다.

(비씨다 함은, 가격에 비해 양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이다.)


엄마가 오징어채를 볶으실때는

엄마곁을 오가며 간을 본다는 이유로 슬쩍 슬쩍 집어 먹어서

다 볶고 나면 얼마 남지 않아서 미안했던 적이 많았다.

그래도 엄마는 “어짜피 너 줄려고 만든거니까 괘찮다. 더 먹어.”라고 하셨다.


결혼후 새댁시절 어느날

시댁에 갔는데 시어머님이 오징어채를 볶고 계셨다.

결혼전에 오가며 집어 먹던 버릇이 불쑥 튀어 나와서

나도 모르게 냉큼 손가락으로 집어 먹고 말았다.

입에 넣고 나서야 내가 실수했다고 깨달았고

스스로 깜짝 놀라서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빨아 먹고 있는데

어머님이 “ 너, 오징어채 좋아하는구나.” 하셨다.

그후로 시댁에 가면 그 오징어채 볶음을 종종 만났다.

분명 질겨서 아버님도 안드시고 남편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분명 나를 위해 어머님이 볶으셨을거라고 생각한다.


며칠전에 장을 보며 오징어채가 보이길래 들여다 보니

역시나 두주먹 정도 포장된 것이 만 오천원이나 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이번엔 내가 먹기 위해서  과감히 샀다.

오징어채를 내가 먹고 싶어 사다니…

처음 있는 일이었기때문에 설레기까지 했다.


옛날엔 엄마가 나만을 위해 오징어채를 볶으셨는데

지금의 나는 나의 아이들을 위해 볶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다 먹은듯 배가 부르고 맛있다.

예전엔 노래처럼 부르시던 우리 엄마의 그 말씀들이

거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맞는 말씀이었다.




두아이 입시 끝난지 몇년이 흐르다 보니

달력에 민감하지 않아서 날짜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무심코 달력을 보니 곧 정시 지원할 시기가 된 듯 하다.


만약 지금 긴터널을 지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터널은 곧 끝이 날 것이니

담담히 걸어가라고 말해 주고 싶다.

우리에게는 결코 한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고,

터널을 지나면 또다른 길이 펼쳐 있을 거란걸

믿으라고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그 시기에 오징어채를 열심히 볶았듯이

지금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열심히 볶고 계실

모든 입시생의 어머니들!

그 수고로움이 헛되지 않을 것이니 힘내시라.


12월이 많이 춥지 않기를.


https://youtu.be/eSO9Yrwvv4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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