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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로드위에서의 짥은 여행



결혼식에 참여했다.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고 난 후 두 번째 결혼식 참여이다.


한달에 한 번은 꼭 만나려고 노력하는 4명의 모임인데 대학 동기 4명의 모임이다.

동기라고 하지만 그중 2명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이다.

모임의 4명 중 두 명의 딸래미들이

올해 결혼을 했다.

10월에 한 명,  그리고 어제 한 명.

이들은 내 혈육만큼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고

서로 마음에 품고 있는 일 없이 모두 서로 공유하고 아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결혼준비하는 과정을 보아왔다.  

결혼식장 예약을 어렵게 어렵게 했지만, 그 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가 변할때마다 초대 인원을 줄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계속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호텔의 배짱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결혼을 한 사람은 다 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예식을 치르는 과정이 녹녹치만은 않은데

코로나까지 덮쳐서  하지 않아도 될 고민들이

 더 보태어진 셈이다.


친구 딸들의 결혼식이 내 자식의 결혼식인양

기쁘고 들뜨고 그랬다.

아이들이 처음 태어났을때부터 자라는걸 보아왔는데 듬직한 배우자를 만나 손을 잡고 행진하는 걸 보니 정말 뿌듯하고 ,

깊이 깊이 축하를 해주게 된다.


자식은 부모에게 무한대의 기쁨을 주는 것 같다.

앙앙 울며 태어났을 때 ,

꼼지락거리며 뒤집기를 시작했을 때,

오물거리며 처음 이유식을 먹을 때,

뒤뚱거리며 걷기 시작할 때,

유치원 입학할 때,

초등학교 입학할 때,

그리고 사회인이 되어 첫 월급을 가져 왔을때……

이런 기쁨을 주다가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제 살림을 꾸려 나갈때….


물론 키울때 울기도 하고 ,

짜증나서 대폭발할때도 있고,

갑자기 열이 나거나 아프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기도 하고… 이런 과정들이 있지만

이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만큼의 감사함을 갖게 하는 게 양육인것 같다.


아들이든 딸이든 고이 고이 수십년 길러

한 가정을 이루게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난 아직 그 마음은 겪어보지 않았지만 예상은 된다.

그래서 어제도 아버지 손을 잡고 행진하는 신부의 모습에 울컥했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버진로드위에서

아빠와 딸은 추억여행을 한다.

'딸아, 잘 가라. 내 딸  해주어서 고맙다.

앞으로는 아빠가 아닌  너의 신랑 손을 의지하고 살아가거라'

아빠가 말 할 것이다.

' 아빠, 감사해요.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처음

만나고 사랑한 남자는 아빠에요.

부족하지 않을만큼 제게 주신 사랑 감사해요.'

딸이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잠시 버진로드 위를 여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짧고 감격스런 여행이 또 있을까?


28년전 나는 결혼식 하던 날 굉장히 울었었다.

화장 지워질까봐 절대 울지 않으려 했는데

버진로드를 걸을때 아버지가 우시는 바람에 나도 함께 울면서 그 길을 걸었었다.

사위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딸에대한 사랑과 아까움과 아쉬움 그런 마음들이 뭉쳐져서 꽃봉오리 터지듯 그렇게 터졌던것 같다.


어제는 아버지의 기일이기도 했다.

결혼식 참여하 축하도 하고 덕분에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던 하루였다.


결혼식에서 선물로 나누어 준 꽃을 한다발 들고 와서 되는대로 꽂았다.

어제는 펑펑 하얀눈도 쏟아졌다.

함께 갔던 친구랑 결혼식 후에 차라도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서로 꽃을 살리자며

얼른 집으로 향했다.

양재역에 내렸는데 앞이 안 보이게

눈이 펄펄 내렸고 이렇게 아름다운 꽃 위에

그 눈이 소복 소복 내려 앉았다.


내가 종일 느꼈던 그 마음들과 함께 폴폴폴……

https://youtu.be/F9XtgD5vp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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