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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 앓이

쌍화탕♡



쌍화탕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

독감백신까지 완료했지만 코로나가 창궐하니 안심이 안되고

몸을 단단히 보호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쌍화탕재료를 구하여 쌍화탕을 만들었다.

작약, 황기, 당귀, 천궁, 갈근, 숙지황, 말린생강, 감초, 대추, 계피 를 10등분하여 한번 끓여

먹을 만큼씩 나누어 포장했다.


10등분한 재료 한 봉지에  물 2리터를 붓고 팔팔 끓기시작하면 중간불로 줄여서 30분 정도

푹 끓여서 식힌 후 유리병에  담아 냉장보관하고 한잔씩 전자렌지에 데워 먹으면 된다.

한번 끓일때 6잔 분량이다.

10봉지이니까 60잔이 나오는셈이다.

           ( 4번 도전끝에 동동 띄운 노른자)


쌍화탕엔 뭐니 뭐니 해도 달갈 한 개 동동 띄워

먹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귀동냥으로

들었다.

그런데 계란을 3개나 넣어 보아도 전혀 뜰 기미가 없어서 노른자만 걸러 내어 퐁당 넣으니

엄청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반숙이 되어

동동 떠올랐다.

어릴때  아버지 따라 다방에 갔을때 보았던

쌍화차에는 엄청 예쁜 노른자가 떠있었는데

아무래도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한 모양이다.

내가 띄운 노른자의 비주얼은 .....

그냥 지저분하다. 맛도 그닥 없다.ㅎㅎ


쌍화탕은 혈액순환도 도와주고, 마르고 차가운 체질의 사람에게 체온을 높여주니

면역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줄 것이고,

감기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막 끓인걸 따끈할때 식구들에게 한잔씩 먹였다.

이게 뭐라고 먹자마자 든든한 기분이 든다.


온 집안  한약 냄새가 가득하다.

나는 이 냄새를 참 좋아한다. 먹지 않고 냄새만 맡아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


예전엔 옹기로 된 주전자 모양의 탕기에 끓였었다.

결혼할때 가져 왔었는데 아이들 어릴때 대추를 끓이다가 깨뜨렸다.

그리고 그 이후에 그런 탕기를 구할 수가 없었다.

한약은 그 탕기에 끓이면서 입구를 덮은 창호지를 열어보는 재미가 솔솔한데 말이다.


다 끓인후에는 베보자기에 싸서 젖먹던 힘까지 꽉 주어 비틀어 짜내는 일도 중요했다.

이렇게 비틀어 짜낼때 스트레스가 풀린다는걸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옛날 아낙네들이 탕약을 끓이면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을것 같다.

지금은 부직포 주머니에 재료를 넣어 묶어서

물에 넣어 끓인 후 버리면 된다.



요사이 월,화요일이면 빠지지 않고 보던 드라마 한 편이 있었다.

바로 < 연모 >.

말 그대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 연모하는 사이들이다.

그런데 사실, 러브스토리라는 장르는 옛날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특별히 사랑이야기에 집중을 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커다란 관심을  가진 것은 주인공의 출생에 대한 비밀과 그 시대의 직업등등이었다.


구중궁궐에서 남녀 쌍둥이가 태어났고 그 중 여자아이는 궐밖으로 버려진다.

그 시대에는 남녀쌍둥이는 절대 용납되지 않았고 여자아이는 죽이려고 했지만

중전이 딸을 궐 밖으로 빼돌리고 숨졌다.

그렇게 아들은 세손이 되고 딸은 절에서 자라다가 궁녀로  들어와서 우여곡절 끝에 남자행세를 하며 왕이 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남녀 쌍둥이가 그러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의 고모가 40여년  전 쯤에 아들 딸 쌍둥이를 낳았었다.

그때 집안 어른들이 걱정하시던 소리를 기억한다.

“ 우리 집안엔 쌍둥이가 없는데….. 그리고 아들 딸 쌍둥이라니…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 절대 하면 안된다.”  그랬었다.

옆에서 냅다 주워 들은 나는 그게 왜 비밀이 되어야 하냐고 물었었는데

집안에 한 어른이 “ 남녀 쌍둥이는 전생에

부부의 연이었다” 라고 하여 어린 내가 엄청 충격을 받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전생이 뭐고, 부부의 연이란 말은 더 웃긴다.


또 한가지, 그 드라마에 정지운이란 자가 나오는데

사헌부 집안의 자제로서 과거급제까지 했으나 권세에 눈이 멀어 모질기만 한 아버지를  못마땅히 여겨 옆길로 빠져 침술사가 되었다.

산으로 들로 귀한 약초들을 구해서 어려운 이들을 치료해 주고 침을 놓는 사람이 된 것이다.

약초를 구하여 정성껏 말려서 한약을 달여서 나눠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극 중에서 보면 그 침술사라는  직업이 매우 우습게  그려지고 있고, 양반들이 해서는 안 될 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이 신기했다.

사람의 병을 고치고 생명을 구하는 일이 그렇게 홀대를  당했다는게 의아했다.


암튼 드라마상 서로 연모하는 몇 커플 중에 가장 중심 인물인 왕 그리고 여자지만 남자로 살 수 밖에 없는 왕을 사랑하는 정지운.

이 커플의 사랑이 대단하여 매회 울컥하지 않고는 볼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나는 그 훌륭하고 멋진 침술사 정지운을 생각하며  조신하게 쌍화탕을 끓여 보았다.

아니 , 끓이는 동안은 내가 정지운이 되어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다.


약재들이 우러나는 그 시간은 마음이 잠잠해졌었다.

한약이란 이런건가 보다.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양약과는 달리

시간과 정성과 마음이 함께 푸욱 달여져야 효능을 보는.


연모의  ost  들으면서 < 연모> 앓이는 계속된다.

https://youtu.be/DIghhFgap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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