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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 동동

도토리 냉묵밥♡



도토리 냉묵밥


어제  도토리묵을 만들어 두었다.

육수는 다시마, 멸치, 마른 새우

끓여 건져내고 국간장, 매실청

조금( 없으면 설탕), 식초로

간하여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현미 귀리밥은 그릇에 미리

담아 식혀둔다.

당근과 오이는 아주 곱게

채 썰고, 잘 익은 김치는 쫑쫑 썰어 꽉 차서 참기름에 조물조물해준다.

도토리묵을 제외한 모든 재료는 곱게 썰어야 입에서 겉돌지 않는다.


식은 밥 위에 도토리묵과 채소들 가지런히 얹고

살얼음 육수를 부어 주고

김가루와 깨소금, 참기름 휙

둘러준다.

더운 여름 아침에 시원하게

한 사발씩.




어제 남편이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살면서 크게 병원에 간 적은

없지만 28년의 기억을 끌어 모아 남편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종이에 적어 나갔다.

꾸역꾸역 적고 보니 별 특이

사항은 없었지만  그래도  백신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 때문에 이렇게

메모를 해가는 게 맘이 편했다.


 언제나 가족들이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땐

환자의 상태와 궁금한 점을

서너 줄로 요약해서 메모를

해가서 의사에게 전한다.

중언부언 말로 긴 시간 이야기하기보다  이렇게 하는 게 서로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초등학생 예방 접종하듯 남편을

데리고 가서 열 체크하고 문진표 쓰고 드디어 의사를  만났다.

그리고 최대한 공손히 메모지를  의사에게 전했다.


아니! 그런데 이 의사...

들어갈 때부터 인상 팍 쓰고 있더니 나의 세 줄짜리 메모지를 받고서 읽지도 않는다.

그리고선 타이레놀 복용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주의사항 고지도 없다.

그러고선 "  다음"하고서 외친다.


난,  조금이라도 접종하는데 필요한 남편의 정보를 정성껏 딱 3줄 써간 건데 그걸

밀어내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했는데

그 '울컥'엔 코로나 시대를 만나

지친 마음이 가득이었던 듯하다.


남편은 다행히 열도 없고

밥도 잘 먹는다.


오늘도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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