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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

쑥개떡♡



쑥개떡


어제 맵쌀을  물에 불려 물기 빼고

믹서기에  갈아 놓고 잤다.


일어나자 마자 냉동실을 뒤적여서

작년 봄에 데쳐서 냉동시킨 쑥을 꺼낸다.

물기를 꼬옥 짜내고 쫑쫑 썰어서

쌀가루, 뜨거운물 약간 .스테비아 약간. 천일염 약간 넣어 믹서기에 다시  갈아준다.

꺼내서 뜨거운물 한 스푼 더 넣어 손으로 치대며

익반죽 해서 동그랗게 빚는다.

펄펄 끓는 찜기에 뽀얀 면포를 깔고

 20분정도 쪄준다.

참기름 반지르르 발라서

 토마토 갈은 것과 함께 낸다.

쫄깃쫄깃해서 밥이 지겨울때쯤

한 번씩 해주니 잘먹네.


작년에 다듬어 저장한 쑥인데

향이 기가 막히게 향긋하다.

뭐든 어렵지 않게 마음먹고

 레시피도 없이 설렁설렁  만들어 주지만

잘 먹어주니 새삼 고맙다.



그저께 대학친구들을 만났던 날.


날이 좋았다.

그냥 좋았던게 아니라 ‘정말’ 좋았다.

우리가 만나는 날이란걸 축복이라도 해주는듯

세상은 온통 은빛바람에 휘감겨있고

우리의 발걸음은 콧노래처럼 흥얼거렸다.


스무살 애기때 만나 35년된 우리는

이제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대학도 졸업시키고

참으로 홀가분한 나이가 되었다.

스무살 우리는 그렇게 중년이 되었다.


한 친구의 막내딸이 기특하게도 취업을 하여

맛있는 밥을 거하게 사주는 바람에

너무 배가 불러 북촌을 걷고 또 걸었다.

이따금 갔던 곳이라 새삼스러울게 없어도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모든게 좋았다.


< 갤러리 애프터 눈 >에서 재미있는 전시가 있다.


유화 물감으로 슥슬 그어내려간 붓자국이

따뜻하고 정겨웠다.

눈 앞의 돌을 깎아야 하는데 생각이 행동을 앞지를 떄가 많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지…


어느때는 너무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방해가 되고 성가실 때가 있고

아예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생사를 가 일이 아니라면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여 보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지나고 보니 55년은 너무나 빨리 흘러 버렸는데

대부분 고민하고 망설인 시간들인것 같아

 참 아쉽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 젊음이 영원한 것은 아니야.

그러니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말고

일단 행동을 하면서 보완을 해 나가거라.

혹시 실패해도 ‘젊음’이 다시 너를 도와줄거다.”



<국제 갤러리 K3 > 에서는 스위스 현대미술가인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이 있었다.

< nuns and monks by the sea >


돌이 지닌 잠재력에 대해 집중해 온 작가는

거대한 돌덩이 위에 작은 돌덩이를 얹어

인간의 모습을 만들고자 한듯 하다.

돌을 형상화 하긴 했지만

작은 크기의 석회암 모형을 확대해서

청동주물로 다시 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표면을 최대한 거칠고

울퉁불퉁하게 하여

관람자로 하여금 돌로 느끼 만들었다.

바닥과 벽을 시멘트로 모두 발라서 인지

들어가자 마자 눈이 좀 따갑고 눈물이 났다.

(누가보면 엄청 감격스런 관람을 하는듯 오해하기 쉽게

나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감상했다.)


돌은 강직하고 변함이 없는 물질로

 우리는 인식을 한다.

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이 진리이듯 돌도 변한다.

바람, 비, 눈, 그리고 거대한 망치에 의해

또는 기구에 의해  닳고 부서질 수 있다.


생각해보면 말랑 말랑한 것보다

단단한 것들이 파손될때 더 큰 고통이 느껴진다.

‘소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꽝꽝 부서질때의 소리들과 파편들로 인해

우리는 그렇게 느낄지 모른다.


우리는 돌같은 사람을 더 보호해야 한다.

깨질때 너무 큰 파동이 있다.

흩어진 파편에 주변이 다 아플 수 있다.


나는 돌의 영속성을 믿지 않는다.



< 학고재 > 에서 승려화가 법관작가의 전시회가 있었다.

< 법관의 선화 - 수행의 흔적을 품은 화면> 이다.


승려의 수행과정에서 중요한 영역인

‘ 마음 ‘에 대하여 그린듯 하다.

고요하지만 움직임이 있는….


단색으로 채색한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두 다른 형태의 무수한 선들을 이용하여 그렸다.

그 많은 선들이 모여

단순한 한가지의 색으로 보이는 건

놀라운 일이다.

캔버스 한 개의 크기는 매우 크다.

숨을 참으며 고요히 한 줄씩 그을때마다

마음속에선 얼마나 큰 요동침이

있었으려나 싶다.


가끔 눈을 감고 ‘생각’ 없이

 있어보려고 할 때가 있다.

힘들었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침이

마치 풍랑에 맞서는 쪽배같았다.

숨을 죽일수록 더 큰 숨이 끌어 올랐으니까.

난 그게 ‘욕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욕심이

더 나를 꿈틀거리고 헉헉거리게

 만들었던 것 같다.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하지 않았던 화폭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두 좋았다


<도깨비> 김신의 명대사


봄볕을 휘가르며

걷고 또 걷고, 그림을 보며

우리가 건강하게 함께 맞는

서른 다섯번 째 봄날이었다.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들은

 날이 좋아도

날이 좋지 않아도

날이 적당해도

앞으로도 늘 좋을 것이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istKHRUW3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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