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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동풍 전법

보쌈& 봄동 겉절이♡



보쌈& 봄동 겉절이


오늘은 모두 재택근무하고

막내도 오후에  대면강의 들으러 학교간대서

보쌈을 만들었다.


 신선한 수육용 돼지고기를 삶았다.

커다란 냄비에 넉넉히 물을 붓고

된장 풀고, 인스턴트 커피 조금, 통마늘, 통양파, 통후추 몇 알, 맛술 조금, 오레가노 조금 넣은 후에 팔팔 끓으면 돼지고기 넣고  함께

센 불에  20분정도 끓이다가 중불로 줄여서 20분정도 더  끓이고 불을 끈 후에

 그대로 잠시 둔다.


건져낸 고기는 찬 생수나 얼음물에  샤워시키고

썰어준다.  탱글 탱글하고 쫀득한  보쌈이 된다.


봄동의 계절이다.

봄동을  깨끗이 씻고 물기를 뺀 후에 자르지

않은채로 겉절이 무쳤다.

다진마늘, 고춧가루,매실청, 액젓을 미리 섞어두었다가 양념을 불려서 봄동을 무쳐준다.

보쌈은 이렇게 큰 잎으로 싸서 먹으라고

보쌈인가보다.


먹고나니 오늘도 고기가 남았다.

딱 맞게 양을 맞추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적부터 난 손이 컸다.

양을 어림잡을때 그 '손' 이 아니라

나의 실물 손도 크다.

피아노 건반을 누를때

 도에서 다음 옥타브 미까지 닿는다.

손가락이 길다는 이유하나로

  손이  예쁘다는 소리도 가끔 들었다.

그랬었다....

이 모든게 결혼 전의 상태이다.


결혼후에 나는 고무장갑을 끼지않고

집안일을 했다. 결벽증에 가까운 내성격은 장갑 하는 설거지가 갑갑했다.

맨손으로 시원한 물속에서 손빨래하는 것도

즐겼다.

미래를 전혀 예상치 않은 미련한 짓이었다.


지금의 내 손은 통통했던 손등은 온데 간데 없고

주름지고 알팍한 손등에 핏줄이 드러나고

손가락 마디는 굵어져서

결혼반지가 들어가질 않는다.

손톱끝은 뭉툭해져서 참 볼품이 없어졌다.

손바닥은 또 어떤가.

잔 손금이 많아졌고 가끔 굳은 살도 보인다.

이게 지금의 '나의 손' 인것이다.


손의 사이즈가 크다보니 음식재료를 다루는

단위가 남들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조금 하려해도 하고보면 또 남는다.

남편은 그렇게 음식이 남는걸 참 싫어한다.

남더라도 그걸 재료로 또다른 음식을 만드는데도 남는게 싫은 모양이다.


시어머니는 손발이 인형처럼 쪼그만 분이셨다.

그래서 모든 음식을 아주 조금씩 하셨고,

내가 음식을 할 때는 늘 곁에서 " 이걸 누가 다

먹니. 너무 많다. 너무 많다." 라고 하셨다.

별 생각없이 하신 말씀이지만

난 그 말씀이 참 싫었다.

왜냐하면.....


친정엄마는 늘 음식을 넉넉히 만드셔서

먹다가 부족함이 없게 하셨고

이웃들에게 나눠주시길 좋아하셨다.

그걸 27년간 보고 자란 나도 엄마처럼

음식을 넉넉히 만들었고  이웃과 나누었다.

그래서 자꾸만 " 이걸 누가 다 먹니" 라고 하시는

시어머니 말씀이 친정엄마 흉을 보시는것

같아 정말 싫었다.

그러나 싫은 내색을 한 적은 없다.

그냥 웃으면서 다음부터는 양을 줄일게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나이드니 남편이 시어머니에 빙의된듯

나에게 제발 조금만 만들라고 참견을 한다.


음식을 만들어 본 사람은 다 안다.

양을 딱 맞게 맞추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4명이  먹고

남음이 없도록 할 수 있다면

 일찌감치 식당을 열었을 것이다.


오늘은 왠일인지 남편이  ' 남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식탁을 치우는데 도저히 못 참겠는지

결국 나의 눈치를 보며 우회적으로 슬쩍 한마디했다.

모자른듯 해야 더 맛있다고.


남편말이 틀린것도 아니고 남편도 하고싶은

말을 못하게 하면 스트레스일테니

말하는걸 이제는 태클걸지 않으려고 맘먹었다.

대신 나도 못 들은척 하기로 했다.

오~~그러니 맘이 그런대로 편하다.


이게 바로 그 무서운 < 마이동풍 전법>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5iT3DF5L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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