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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 주어 고맙소

잡채밥♡


잡채밥


잡채는 언제나 넉넉히 만들어

남은건 냉동시켰다가

녹여서 한번 더 볶아서 잡채밥으로 활용한다.


잡채에  고기를 넣지 않았다.

( 육류 섭취를 줄여보느라)

대신 버섯과 갖가지 나물들을 많이 볶아둔다.


당면은 충분히 오랫동안 불려 물기를 뺀다.


깊은 팬에 진간장, 올리고당,후추, 다진마늘을

넣고 바글바글 졸이면서 끓이다가

불린 당면을 넣고 섞어주며 볶는다.


당면색이 갈색으로 변하고 부드러워지면

불을 끄고 야채를 넣고

참기름, 깨소금, 설탕 조금, 후추조금 넣고

섞어준다.


당면이 탄수화물이니까

밥은 조금 담고 잡채를 얹어

양념장으로 비벼 먹는다.

( 굳이 양념장이 없어도 된다.

양념장은 진간장, 고춧가루, 깨소금, 참기름을

섞은것.)


잡채만큼 여러 재료를 섞어야 하는

음식이 또 있을까?

부들부들한 당면의 결에 맞춰

모든 재료를 볶아 힘을 빼준 다음 섞으면

어울릴것 같지 않던 재들이

기막히게도 조화를 이룬다.

만일 야채를 볶지않고 뻣뻣한 채로 섞는다면?

그건 '잡채'가 아닐것이다.

( 불과 사흘전 양재천 )


해마다 이때쯤 되면

양재천은 여의도 윤중로만큼이나 명소가 된다.

차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집앞 3분거리에 벚꽃길이 있다는건 축복이다.

사흘전만 해도 벚꽃의 향연이었다.

말 그대로 축제였다.

꽃그늘에 얼굴도 붉어질 만큼.


(어제 저녁 양재시민의 숲)


가을에서 겨울까지는 아파트 뒷산을 다닌다.

추운 날씨라도 산에는 햇빛이 강하여 춥지않다.

그런데 봄이 되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양재천과 시민의 숲으로 나가 걷는다.

불과 사흘전에 벚꽃이 굉장했는데

어제 저녁에 나가보니 꽃잎이 모두 떨어져

바닥에 한가득이다.


이미 다 떨어져 아쉬워 그모습이라도

 영상으로 남겨본다.

쌀가루처럼  폭신하게 깔린 모습을 찍고나니

양재천 물위로 떨어진 꽃잎들이

흘러가는게 보인다.

20년 넘게 양재천옆에 살면서

이런 꽃물은 처음 보았다.

그 모습이 예뻐서 또 찍고 있는데

어디선가 꽃잎이 와르르 날라와서

 시선을 가로 막는다.

이미 꽃잎은 다 지고 없던데

 이 꽃비는 어찌된건가 보니

남편이 바닥에 쌓여있는 꽃잎을  한주먹 쥐고서

내가 꽃물을 찍을때 휘이 휘이 하면서

날려준 것이다.


올해 드뎌 앞자리수 6으로 바뀐 남편은

내가 감탄해주면 되게 좋아한다.

어제도 "와~~  그런 생각을 다 했네~~" 했더니

그 후로 계속 꽃잎을 한 줌씩 쥐어서

흩뿌리기 하다가 나한테 혼났다.

흙도 섞여서 지저분한데 그만 하라고. ^^


나와 남편은 5살 차이.

그래서 5년은 나이의 앞자리가 나와 똑같고

그 후 5년은 남편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

남편과 나이의 앞자리수가 달라지는 그 5년

나는 참 기분이 묘해진다.

작년까지는 내가 54  남편 59였는데...

매번 5년은 친구처럼

나머지 5년은 오빠이자 인생선배처럼

 어떨때는 공경(?)하는 마음도 생긴다.

내년에 남편은 환갑이다.

그리고 아마 퇴직도 할 것이다.


내년 이맘때도 변함없이 남편이 꽃가루를 뿌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홀가분하게 코로나거나 말거나

짐 챙겨 여행을 떠나고 싶다.


전혀 다른 결의 두사람이 만나서

그럭 저럭 잘 섞여 살아온듯 하다.

지나고 보니 색이 어떻든 재료가 어떻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휘어질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했던것 같다.


꺾이지 않고 부러지지 않고

낭창낭창 휘어 주느라

나도 당신도 수고했소.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0PBpGfe-i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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