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보천리

두릅솥밥♡



두릅솥밥


오랜만에 하얀 쌀밥으로 솥밥 지어본다.

어제 다듬어 놓은 싱싱한  두릅은 색이 변하지 않도록 소금 조금 넣고 데쳐둔다.

데친 물로 솥밥을 짓는다. 이렇게 하면 두릅의

영양소도 섭취가 되고

색도 연두빛이 되어 예쁘다.


두릅을 처음부터 쌀과 함께

 밥을 짓지 않는 이유는

색도 갈색이 되고 너무 익으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기때문에 따로 데쳐서 합체한다.


밥을 뜸들일 동안 두릅 줄기를 쫑쫑 다져두었다가

밥이 다 되면 휘리릭 섞어 준다.

두릅잎은  밥위에 얹어준다. 초장을 찍어 먹도록.


대파를 쫑쫑 썰어서 저염간장과 고추가루만으로

양념장 만든다.

들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고 비벼서

 김에 싸먹는다.

씹을때 아삭해서 봄을 통째로 입에 넣은 기분이다.



<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 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여러 번 읽어서 책이 몹시 낡았다.


우보천리 ‘ 라는 말이 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우직하게 천천히 소처럼 자신만의 길을 걸으라 했다.


이번 학기에 모든 과목이  실기수업인

 미대생 막내 딸래미의

짜증이 시작됬다. 짜잔~


온갖 도구들을 사용해야 하고

자재들이 힘에 부치게 무겁고

용접도 해야하니 불조심도 해야하고

 때로는 야간작업 해야하고…

그러니 아이가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힘들것이다 싶어서  좀 봐준다.


오늘 아침에 기도하면서

막내의 짜증을 무난히

그리고 담담히 받아줄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주십사 기도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피곤하니

그것을 죄없는 (?) 이 어미에게 투덜거리는 아이 마음도 편하지는 않겠지.

다 안다. 엄마니까 다 안다.

( 너도 이다음에 너랑 똑같은 딸을 낳길 바란다!)


큰 아이는 경쟁이 심했던 고등학교 다닐때도

단 한번도 짜증낸 적이 없었고

늘 나를 위로하고 웃는 아이였다.

어쩌면 자신의 감정을 많이 감추었을지도 모른다.

한없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한 막내를 보면서 자꾸 큰아이가 떠올라

 마음이 좀 서늘하다.

큰 아이도 고등학교, 대학교때 힘든 일들이 있었을텐데…


그런데  막내는 막내만의 애교와 예쁨이 있어서

그 짜증을 받아준게 된다.


아롱이 다롱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대하는 방식도 달라야 하니

나는 더 큰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두 아이 모두 성인이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들을 키우고 있는 기분이다.


서로가 지금은 힘들더라도

소처럼 우직하게 각자의 길을

각자의 책임하에

성실히 걸어가길 바래본다.


그 가운데 뿌리와 줄기가 자라고 있을테니.

세월이 흐르고 나면 다 알게 될테니.


아이와 맞서 다투지 않은 오늘 아침은

내가 이긴 것이다. ^^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AHwfUM7hNTw


매거진의 이전글 휘어 주어 고맙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