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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노인이 된다

감태 김밥♡



감태김밥


볶아서 냉동시킨 부지깽이 나물을 녹여서

팬에 한번 더 볶아준다.


계란지단을 도톰하게 부쳐준다.


양파도 곱게 다져서 기름 조금 넣고 갈색으로

변할때 까지 볶는다.


현미밥에 참기름, 소금 조금 , 볶은 양파를

넣고 섞은 후 한김 식혀준다.


감태 1장 깔고 밥을 얇게 펴고 부지깽이 나물

듬뿍 넣고 계란 지단 넣고 돌돌 말아준다.

얇지만 한김 식혀준 밥을 말면 찢어지지 않는다.

식구들은 1장, 감태를 좋아하는 나는 2장로

말았다.

굉장히 향이 강하므로 1장으로 충분하다.


감태는 칼슘이 뼈건강에 좋고

혈액을 맑게 도와준다고 한다.

바다향이 생각날때 한번씩 만들어 먹으면

흘륭한 특식이 된다.


( 김밥 말때 볶은 양파를 밥에 섞으면

단맛도 나고 고소하다.)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면서

나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나는 원래 드라마를 진득하게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나 일일 드라마는 지루해

 절대 끝까지 보지 않는 사람이았다.

그래서 그 유명한 < 여명의 눈동자 >나

< 올인> < 천국의 계단 > 등등의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다.


어느날 무서운 바이러스가 지구에 정착을

해버리고 외출을 하지 않게 되면서

남편이 등록해 준 네플릭스라는 녀석을

접하면서 신세계가 열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것 저것 둘러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옛날 영화들도 있고

건축관련 프로그램들도 많고..... 그렇게 보기

시작하다가 우연히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게 되었고 그 후로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기타 등등의 역사 드라마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며칠전 , 그 날은 내가 기분이 좀 언짢은 일이

있던 날이었는데 잊어버리기 위해 또 검색을

하다가 아무 생각없이

정말 아무거나  눌러 보았다.

처음엔 제목도 기억 못한채 10회정도까지

보다가 그제서야 제목을 기억하게 됬다.

( 검색할때는 그냥 프로필만 보고 주루룩

아무거나 눌러서 제목을 몰랐던 것)



바로 < 속아도 꿈결 > 이라는 드라마이다.

횟수가 120회나 되는걸 보니 아마도

연속극이었나보다.

 번 발을 디디면 빠져나올수가 없다는

그 무서운 연속극의 세계로 말려 들어간 것이다.


이 드라마는 노년의 재혼가정 이야기이다.

세 아들을 둔 ( 두명은 결혼, 한 명은 미혼에

백수)  인테리어 사업하는 남자와

두 딸과 ( 한 명은 미혼, 한명은 결혼하여

아이도 있으나 사별) 딸같은 사돈 ( 딸의 시누이)과 함께 살며 미용실을 하는 여자가

서로 사랑하여 자식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결혼을 한다.


이 두 사람이 재혼하여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오만가지 갈등들이

이 연속극의  소재이다.

새어머니를 재산에 욕심이 나서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접근했다고 생각하고, 늘 자신이

아버지에게서 덜 받았다고 생각하는 아들들에

비하여 나눠주고 도와주는 것에 익숙한 딸들이

만나 억지로 한 형제가 되었으니

매일 매일이 다툼이고 큰소리가 난다.

특히 모이기만 하면 싸우는데 아주 사생결단하고 싸움을 벌인다.

서로의 엄마 , 아버지가 손해라고

자식들이 머리까지 쥐뜯고 싸운다.

웬수도 그런 웬수가 없다.


잠시 내 어릴적 기억이 난다.

어릴때 아버지 고향에 따라 가면

우리 할아버지댁 이웃에  아들들이 많았던

집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집은 새엄마가 들어왔다는 소문이

있었다.

내가 시골에 갈때마다 그 집은 싸움이 벌어져

그 소리가 동구밖까지 들리곤 했었다.


그 집앞을 지나갈 때는 정말 조심해야 했다.

하얗고 커다란 남자 고무신이 돌담밖으로

마구 넘어 와서 길가다가 머리통에 몇 번씩

떨어지기도 했다.

그 집도 아마 이 드라마와 같은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시골 농부의 재산이라 해봐야 벼농사 짓는

논이나 밭이 전부일텐데 자식들은 그 땅을

두고 서로 다툰다 했다.

그래서 난 어릴때 생각하기를,

저렇게까지 난리가 나는데 황혼의 재혼을

해야만 하는가? 정말 궁금했었다.


이 드라마 속에서는 새엄마가 중심이다.

새엄마는 양쪽 자식들에게 일어나는 일들과

남편과 아들들과의 갈등, 며느리와 남편의

갈등을 이 새엄마가 모두 현명하게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그러면서도 새엄마가 아직까지는 지치지 않고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

그런데 베푸는 그 사랑을 보면, 그냥 가족애에

그치는 사랑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그런 마음인듯 하다.


얼마전 KBS에서 올린 기사를 보고

놀란 일이 있다.

60대를 ' 노인' 이라고 일컬었기 때문이다.

이 기사대로라면 올해 60세인 남편도

노인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노인같지는 않다.

(자신의 나이에 0.8을 곱하는게 요즘 시대에는

맞다는 주장을 믿고 싶다.)


노인도 사랑할 수 있고

결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양가의 자식들의 화합이 힘든 경우가

있는데 부모님의 여생을 부부의 사랑으로

채울수 있다면 오히려 자식들의 어깨가

조금 가벼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각자의 부모님이 평생 일궈 온 재산이

문제인데....

그 부분이 조율이 된다면 황혼의 재혼은

축하해 드릴 일이 아닐까 싶다.


감태는 김에 비하여 조직이 매우 듬성듬성하고

얇지만 밥을 식혀 말면 찢어지지 않고

바다향 가득한 감태김밥을 맛 볼 수 있다.

그런데 뜨거운 밥을 말았다간

다 터지고 만다.


황혼의 재혼은 감태 김밥과 같지 않을까

생각된다.^^

https://youtu.be/r39tEYAa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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