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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아이에게서 배운다

사태 냉채♡



사태 냉채


밤사이 잠을 설치고 새벽에 눈이 떠졌다.


핏물을 뺀 사태를  된장, 양파, 마늘, 통후추 조금 넣고 푸욱 삶아 주었다.

센 불에 팔팔 끓어 오르면 불을 줄이고 부드러워질때까지 삶아서 건진 후

얼음물에 샤워시켜 준다.


파프리카, 오이, 당근, 양파 등 냉장고에 있는 자투리 채소들을 모두 얇게 채를 썰어 준다.


식힌 사태 덩어리를 얇게 썰고 채썰어 둔 야채들과 섞은 후

겨자, 식초, 매실청, 설탕 조금, 고운 천일염 , 다진 마늘 조금 넣고  설렁 설렁 무쳐 준다.


아삭아삭하고 새콤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더운 아침에 한 젓가락씩 나누어 먹는다.



요즘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라는  드라마가 화제이다.

자폐 스팩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변호사가 된다.

의뢰인들과 몇 명의 동료 변호사들의 편견에

우영우는 스스로 변호사를 포기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변호사로 돌아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스팩트럼이라는말 그대로

자폐증상에는 여러 증상들이 있는데

눈을 맞춘다거나 제나이에 맞는 발달이 이루어 지지 않아서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상호작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주인공 우영우는 남다른 특별한 기억력이 있어서 여러 자폐스팩트럼 중

서번트 증후근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변호사가 없지만

미국에는 헤일리 모스라는 변호사가

실제 존재한다.


이 드라마를 두고 여러 시각의 글들이 보인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은 돈을 많이 투자한 드라마이고 그렇기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보아 주어야 성공했다고 볼 수 있기때문에 ‘재미’라는 요소는 불가피 할 것이다.


비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드라마를 비판적인 요소만을 찾아내기 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고 어렵고 힘들지만 정서적으로 소통을 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모습을

고맙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을듯 싶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집에 돌아오면 많이 지쳐하고,

가끔은 팔 다리에 멍이 들어 있기도 하고,

아침에 예쁘게 묶어 준 머리카락은

누군가 쥐어 뜯은 듯 헝클어져 있고,

  옷에는 매일 얼룩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붙들고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아이가 숨을 길게 쉬며

 놀라운 대답을 했다.

짝꿍이 자기를 많이 때리고

급식판을 매일 던지고

갑자기 수업시간에 소리도 지고

책받침으로 머리를 두드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다음날 담임선생님께 면담요청을 했다.

큰아이 반에 자폐 스팩트럼을 가진

남자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와 아무도 짝이 되지 않으려 하는데

 우리 딸이 유일하게 자신이 짝이 되겠다고 했다면서 너무 기특하다는 칭찬을 하셨다.


나는 그런 마음을 갖는 아이가 대견한 반면에

나도 사람이다 보니 내 아이도 걱정이 됬었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니가 많이 힘이들텐데 다른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짝꿍을 바꾸는건 어떨까 라고….

그런데 딸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아니야, 엄마,  그래도 나랑 앉으면서

 많이 차분해졌어.

급식시간에도 음식을 던지면 더러워진다고 말해주니까 이제 국물없는것만 조금 던져.

**가 소리지르려 하면

내가 그림을 그려줘. 그럼 그거 보면서 조용해. 그냥  3학년 될 때까지 내가 짝꿍할게.”


어느날 비가 쏟아져서 아이를 마중나갔다.

멀리서 딸이 보였는데 난리도 아니었다.

짝궁에게 우산을 씌여 주며

데리고 오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천방지축으로 빗물에  정신이 집중되어  우산을 씌워주는 우리 딸을 밀치고 우리 딸은 그 아이에게

필사적으로 우산을 씌워주며 둘이 오고 있었다.


어디선가 그 아이의 엄마가 나타났다.

아마도 깜빡하고 뒤늦게 아이를 데리러 나온 모양이었다.

그런 얼른 자신의 아들만 챙겨 돌아가는걸 보았다.

나는 그날 많이 속상했다.

 내아이가 우선 걱정되어

딸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딸의 모습에서 나는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3학년이 되면서 그 아이는 다른 반이  되었고  그 후로 그 아이는 특수반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폐스팩트럼을 가진 사람들은 가족도 많이 힘들것이다.

우영우 변호사처럼 되는 경우보다는

아닌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우리 딸이 그 친구를 1년간 도와가며 지냈던 모습을 보면서

그냥 그런가보다라고 하기보다는  

정서적으로 소통이  되도록

주위의 많은 도움과 희생도 있어야 하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조금씩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아마 이 작가도 그걸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일부러 우영우를 챙겨 보면서

 큰 아이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벌써 19년전 일이구나.

그래, 너는  지혜롭고 따뜻한 짝꿍이었어. ^^


https://youtu.be/3Qcv8gT7M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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