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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지막이라 부르는 순간 꽃을 본다

코로나 극복기 2탄



코로나 자가격리 3일차


아침에 일어나니 밤사이 과꽃이 개화했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셨던 꽃.

엄마의 기일날 5월에 심었는데 이제야 꽃을 본다.

부산에 가기 전에 5일동안 이 녀석이 시들까봐

노심초사했다.

꽃대가 올라온 것을 보고 갔었다.

물을 충분히 주고 갔지만, 바람과 햇빛이

충분하지 못했을텐데 씩씩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매일 물을 주며 들여다 볼 때는 몇 달동안

꽃이  피우지 않더니 .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느라

애썼겠다.


코로나 이 놈은 매일 증상이 한가지씩 바뀐다.

어제 밤에는 미열이 생기고 코가 막혀서

남편이 처방받은  코감기약과 타이레놀500을

먹었더니 아침에 개운했다.

인후통이 심한 남편과 큰아이와는 달리

난 잔기침과 식은땀 그리고 무력감만 있다.

3일째가 힘들다던데 좀 긴장이 된다.


몇 년 전 신종플루를 겪고 폐기종이 생겼다.

숨이 차지도 않고 생활도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는

긴장하게 된다.

암튼 나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오늘부터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먹는다.

그걸 먹어서인지 오늘 컨디션은 어제보다 괜찮다.


동두천보건소에서 양성을 고지하는 문자가 왔다.

난 동두천에 간 적이 없는데?

전화하니 서초보건소에서 결과를 동두천으로

잘못 보냈다고 한다.

확진받고 사흘이 지나서야 서초보건소 전화를

받았다.


오늘 드디어 막내도 확진자가 되었다.

온 식구가 하루 이틀 차이를 두고 양성 반응이

나와서 자가격리가 길고 복잡해졌다.

자가격리 지침에 따르면 제일 마지막에 확진을

받은 사람이 사흘간 가장 쎈 바이러스가

나오므로 먼저 격리에 들어간 사람이

재감염 안되게 모두 마스크 쓰고 밥도 각자의

방에서 먹고 여전히 화장실도 소독해야한다.


동생이  문앞에  먹을 거리를  잔뜩 두고 갔다.

동생덕분에 맛있는거 먹고 있다.


네 명 모두 격리해제가 되려면 다음주는 되어야

끝나겠다.

집안에 격리 물품 쓰레기봉투와 생수가

가득하다. 정리는 포기했다.

후유증없이  잘 이겨낼 수 있겠지?

차라리 모두 확진이 되어 속이 후련하다.


햇살 아래 평온한 과꽃을 보면서

사람의 모습을 본다.

조금은 부족한 게 있고 목마름이 있을때

있는 힘을 다해  내 안에 있는 에너지를

다 끄집어 낼 수 있나보다.

결실은 바로 그 순간에 만들어지는 가 보다.


https://youtu.be/SK6Sm2Ki9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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