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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염강박증이래요

토마토 마리네이드♡



토마토 마리네이드


지나가다가 색이 예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칵테일 토마토 한 상자 샀다.


토마토를 베이킹 소다 섞은 물에 깨끗이 씻고

팔팔 끓는 물을 잠기도록 붓고 잠시 둔다.

이쑤시개로 토마토 표면을 그어주면

껍질이 홀랑 벗겨진다.


껍질 벗긴 토마토에 곱게 다진 양파, 올리브오일,

레몬즙, 스테비아나 설탕 조금, 소금 조금,

바질가루 조금, 후추 조금 넣고 버물버물하여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둔다.


파스타, 브런치, 샌드위치, 스테이크 등을 먹을때 김치처럼 함께 먹으면 상큼하고 개운하다.


토마토 껍질을 벗길때

톡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나는데

묘한 쾌감을 느낀다.

" 손을 대면 톡 하고 터질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 연정이던가? 오래된 노래도 떠오른다.




어제 우연히 tv에서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5살인 아이가 아직도 모유를 먹는다는

내용이었고 어찌어찌하여 원인은 엄마라는

내용이었다.

 주인공 엄마에게 내려진 진단은

바로 < 오염강박> 이었다.


그 방송을 보는데 큰아이가

" 어머나 세상에 딱 우리엄마네." 라고 했다.


외출하고 들어오면

모든 옷들은 먼지를 탈탈 털어서 보관해야

하고, 아이들 어렸을 때는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는게 너무 찝찝해서

변기에 휴지까지 깔고 사용했던것,

바닥에 가루나 휴지가 보이면

참질 못하고 바로 처리 하는것,

버스타면 버스 손잡이 잡는게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고,

침대시트 교체하면 그거 망가질까봐

침대 끝에 쪼그리고 눕고...


내가 생각해도

사연의 주인공인 그 젊은 엄마와 나는

꼭닮았는데 아이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니

머리속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댕댕댕...


무엇때문에 이런건지 나도 잘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건

치우면서 몸이 힘든거보다

안 치우면 마음이 힘든게 더 컸다.


그래도 나이들면서

현실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니

조금씩 느슨해짐도 느낀다.

아침저녁 돌리던 청소기도 한번만,

매일 하던 물걸레질도 이제 1주일에 한번정도,

매일하던 욕실청소도 1주일에 한번,

무엇보다 어깨에 가끔 통증을 느껴

이불과 옷털기도 며칠에 한번,

설거지도 하루에 한번만...


전과는 좀 달라진 내모습에

마음이 불편할때는

 다른것들에 관심을 기울여 보려고 노력한다.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니

온 집안이 폭풍이 지난간듯 엉망이었다.

분명 어제 말끔히 치웠는데도 말이다.

내 성격대로라면 아침부터 정리하고

청소하고 닦아야 한다.

하지만 어제 <오염강박증> 이란 단어를

접하고 나니 변하도록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든 것이다.


알록달록하고 탱글탱글한 토마토 마리네이드가

가을 아침에 생기를 준다.

가끔 이렇게 생각지 못했던 포인트에서

감동을 받곤한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HTQU8d20dR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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