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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신혼은 힘겨웠다

꽃떡꾹 ♡


와르르 와르르 꽃떡국♡


하얀 떡국 떡은 잠시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뺀다.

( 꽂떡은 불리지 않는다)


그 사이 멸치, 마른 새우, 디포리, 다시마를 팔팔 끓이다가 다시마 먼저 건져내고 나머지는 불 끄고 20분정도 그대로  둔다.


멸치,디포리, 새우를 깨끗이 건져내고

다시 끓이면서 다진 마늘, 흰떡, 꽃떡 순으로

넣고 마지막에 국간장과 참치액젓 조금 풀어

간을 맞추고 불을 끈다.


5월이 무색하게 쌀쌀한 아침.

텅 비어있는 냉장고를 살피다가 따끈한 국물로

하루를 시작하고파서 뜬금없이 떡국을 끓여본다.


23년 전 오늘은

친정엄마와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날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슬픔을 못이겨 하셨던

엄마는 나와의 마지막 통화를  남기고 다음날

아버지와 똑같이 심근경색으로 떠나셨다.


그 통화를 하면서 엄마는 엄마의 신혼시절을

조근 조근 말씀해 주셨고 다음날 우리는 만나서

냉면을 먹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내가 들은 엄마의 마지막

목소리가 되었다.


엄마는 군대를 제대하고 막 복학했던 아버지를

만나 공부시켜서 공무원시험을 치르게 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아버지는 공무원보다는 사업이

성향에 맞았을듯 했는데...암튼 엄마는 아버지를

그당시 최고의 직장이라고 여겼던 공무원을

만들어 놓으셨던 분이다.

비록 월급은 적었으나 어딜가도

신분이 보장되는 안전한 직장이 필요했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두 분은 열렬한 연애를 하다가 드디어 결혼을

하셨고 , 제법 넉넉했던 외갓집에선 두 분의 결혼을 이만저만 반대했던게 아니었나보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지원은 한 푼도 받지 못한채

어찌어찌하여  엄마는 수저 두 벌과

트렁크하나로 신혼 살림을 시작하셨다고 했다.


그러다가 살림이 피기도 전에 엄마는 나를 임신하신거다.

어느날....  입덧이 심했는데 집에 쌀이 똑 떨어진 날이 있었단다.

늘상 아버지 월급날 쌀독을 채웠더랬는데

그 달은 고모며 삼촌들이 몇 차례 다녀가서

예상밖으로 쌀이 떨어진거다.

엄마는 이웃집  할머니에게 쌀을 빌리러 가셨단다.

( 1968년  그 때는 이웃끼리 쌀, 연탄 이런 것들을  서로 빌려주던 시절)


그런데 그 할머니도 쌀이 떨어졌다면서 대신

가래떡 뽑아놓은게 있다면서 다섯 가락을 주셨다고 한다.

가래떡은 원래 하루 이틀 말려서 약간 굳은 상태에서 썰어야 한다.

그런데 엄마는 너무 배가 고파서 굳지도 않은

떡을 대충 썰어 떡국을 냄비 가득 끓였다고 한다.

배고프면 그냥 말랑 말랑한 떡을 먹지 그걸 왜

떡꾹을 끓였냐니까.....

그래야 양이 죽처럼 불어나서 많아졌다고 했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고부터 살림이 폈고

 아버지가 승진도 하셨고 기타 등등 말씀하시면서 첫 딸은 진짜 살림 밑천이었다  라면서 나를

낳은 건 감사한 일이라고 하셨다.


임신한 어린 새댁은 빈 쌀독에 얼굴을 묻고

 얼마나 두렵고 배고팠을까...

엄마는 그 반대하는 힘든 결혼을 왜 한 걸까...

부모의 경제적 지원없이 어쩌자고 덜컥 결혼을

했던 걸까...


통화하면서 울다가 웃다가...

아빠가 좋아서 그랬다는 엄마 이야기에

답답했다가....

그래도 이렇게 삼남매 거뜬히 대학보내고

뭐 하나 결코 부족하지 않게 가르치고,  

출가시키고 가정을 일으켰으니 엄마와 아버지는 대단하다고 감탄을 하다가..

그렇게 우리는 긴 통화를 마쳤었다.

엄마의 어설펐던 신혼이야기가 내내 마음아프고, 엄마는 오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밤이었다.

그 날이 마지막인줄 알았더라면

나는 무엇을 했었을까?


나는 떡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불어난 떡국은 정말 싫어한다.

쫄깃한 식감도 없고 흐물흐물 형체가 사라져가는 모양도 싫다.

사실은 엄마의 신혼시절이 떠올라 싫은거다.


그런데 식사준비를 하는 입장이 되고보니

떡국처럼 간편한 음식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몸이 힘들고 반찬거리가 없을때 비상식량인

떡국을 후다닥 끓이는데 오늘은 때아닌 쌀쌀함에 꽃떡까지 띄워 끓여본다.


식구들은 호로록 호로록 그릇가득 꽃을 삼키는 아침이지만, 나는 오늘도 떡국을 먹지 않는다.

그것이 꽃일지라도 내게는 엄마의 힘

신혼시절이기때문에.


오늘도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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