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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소질을 발견하다

깻잎이 나기 시작했어요^^



또하나의 소질을 발견하다.


지난번에 심은 깻잎이 싹이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며칠에 한번씩 비가 왔고,

동네분들이 물을 자주 안줘도 된다 하시어

5일 한번 ( 5일장 장날에 맞춰서) 가서 물을

주었다.

슬슬 잡초님들께서 고개를 들고 계셨는데

들여다보니 깻잎이 나기 시작하는 바로 옆에

마치 짝을 이룬듯 잡초가 나고 있었다.

흔들어 보니 깻잎보다 뿌리가 더 단단해 보였다.

앉아서 다 뽑아내고  물을 아주 많이 주고 왔다.

물을 주니 마른 땅속에 숨어 있던 빨간 풍뎅이들이 꼬물거리고 나온다.

목이 말랐나보다.


감잎이 눈부시다.


감나무에 파란 잎들이 나기 시작했다.

연초록 잎은 햇살을 그대로 통과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 되었다.

그런데 잡초덩굴이 나무를 감싸고 오른게 보였다.

손으로 뜯어내보니... 세상에 얼마나 단단히

감고 올라갔는지 찰싹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남편과 둘이 나무에 매달려 뜯어내는데

나무 끝까지 감고 올라가서 아래쪽에서

뜯어내는걸로는 감당이 안되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슬슬 장난기가 발동되었다.

그래서??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았다.

가지를 하나씩 밟고 올라가서 끝에 붙은 덩굴을

붙잡고 아래로 좌악 뜯어내는데

와~~  이런 쾌감이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나서 나무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겁나지가 않는거다.

내가 이렇게 나무를 잘 타다니...

뜻밖에 소질을 발견한 것이다.

올 가을에 감을 딸 때는 나무타고 올라가서

따봐야겠다.


덩굴을 정리하면서 우리는팔에 상처도 생겼다.

나는 여자이지만 상처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팔, 다리, 손, 발에 생활하면서 생긴 상처들이 많은데 그 상처들에 민감하지 않으니

조금 피가 나도 후시딘 한번 바르고 자욱이 남으면

그려러니 한다.

그 상처를 계속 들여다 보며 안타까워 하지도

않는다.

물론 피부가 깔끔하진 않겠지만 어쩌겠나...

이미 생긴 상처이고  속상해한들 되돌릴수도 없고 해서 그 상처를 계속 들여다 보지않는다.

그런데 나의 단점은 자주 서둘러 일을 하고

부주의 해서  상처는 계속 생긴다.


남편은 다르다.

조금만 생채기가 나도 피가 난다고 걱정이다.

자신의 상처뿐 아니라 식구들이 조금만 상처가

나도 난리가 난다.

아물때까지 계속 속상해 한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할때 상당히 신중하고

꼼꼼하다.

나도 꼼꼼한 편이지만 남편을 따라갈 수 없다.

상처를 들여다 보는 자와 상처를 잊는자.

이렇게 우리는 극과 극이다.

그래서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고 있는걸까?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뒷집 청년이 직접 길렀다는 야채와 얼음물을

주었다.

사실 우리도 물은 가져 가지만

물마시는것도 잊고 서너시간씩 일에 매달리는데

그때마다 뒷집 청년이 고맙게도 물마시고

일하라고 말리러 나온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땀이 흠뻑 젖어 엉망이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5일장에 들렀다.

이번엔 두릅을 잔뜩 샀다.

서울에서는 너무 비싸서 식구들에게 배급을

해줄 지경인데 여긴 싱싱한 두릅이 가격도

너무 좋다. 바구니 가득한 두릅이 만원이다.

할머니에게 두릅을 샀는데 서비스라고 오이를

한개 덤으로 주셨다. 그런데 남편을 보더니

두명이니까 두개 준다고 하신다.

에고... 두릅도 싸게 사서 감사한데 힘들게

키우신 오이를 두개나....

오래 오래 건강하시라고 당부하고 뒤돌아 서는데

감사하면서도  애써 농사지으셨을덴데 싶은

마음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깻잎을 심기는 했으나 이것이 풍작이 되리라는

기대나 욕심은 없다.

둘이서 함께 힘들게 무언가를 도모하고 돌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이왕 심었으니 무사히 자라주면 더 고마운

일이고..


소소한 말다툼이 있어도 강화에 다녀오면서

풀어진다.

마치 함께 전쟁터에 나간 전우애같은게 생겨서일까?

깻잎이 5장만 난다해도 올해 나는 큰 수확을

하는 셈이다.^^


https://youtu.be/7wSGaG4_G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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