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아카시아밴드 -순간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을 하다가 문득,
하루가 길던 시절을 떠올린다.
낮잠을 한참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도 한낮일 때의 기분.
하릴없이 동네 친구들과 어슬렁거리며 보내던 나날들.
시간에 쫓긴다는 의미를 몰랐고,
세상은 우리를 얼마든지 기다려주었다.
친구들과 떠들고 웃고 다투기도 했지만
우리는 정말 서로를 이해했을까.
어긋난 대화에 귀를 기울일 여유는 있었을까.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불빛 아래 사람들 사이를, 차소리를 들으며
어디로든 걷고 또 걸었다.
때로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뜻이 통하지 않는다면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나았을까.
표현해 봐야 닿지 않는다면
실망하지 않으려면 오히려 침묵이 나을까.
그러다 거리에서 우연히 친구를 마주친다.
매일 보는 얼굴이어도 반갑고 놀란다.
우리는 긴 얘기가 없어도 같은 곳에 도착한다.
표현하지 않았다면 여기서 만났을까.
시간이 남지 않는 지금은 알게 되었다.
표현을 해야 자신을 알게 된다.
열 번을 해야 하나라도 닿는다.
앞으로 나아가는 감각.
그저 그것을 쫓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순간
https://www.youtube.com/watch?v=lnF0HL4713A
혼자 거리를 걸을 때의 기분이 잘 담겨있는 음악이다.
지금은 사라진 공중전화박스 앞을 서성이며 누군가를 불러내기도 했던 그런 날들.
'기다림'이 무엇인지 더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