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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고속도로, 모두의 식당

Destroyer - Savage Night at the Opera

by 베리티

한밤의 도로에서 마주치는 식당을 좋아한다.

조금 이상한 이야기인가.


그러니까 고속도로 휴게소의 우동집 같은 곳들 말이다.

지난 9월 부산에서 돌아오던 길은 깜깜했다.


멀리 거무스름한 형체의 산 그림자를 가로질러

희미한 불빛을 따라 쉬지 않고 달리다 보면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7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짙어진 먹색 하늘 아래

휴게소 코너의 우동가게가 반갑다.


따뜻한 국물, 투박한 유부조각, 파릇한 파 조각들을

젓가락으로 휘휘 젓다가 면발을 올리면,


모락모락 피어나는 우동그릇의 김을 따라서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도로 그리고 또 도로, 표지판, 하늘, 산, 터널만 보던

집중인지 몽롱함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해방된다.


후후 불어 국물을 마시면서,

휴게소 우동이 먹고 싶어 일부러 고속도로를 간 적이 있다는

친구의 얘기를 떠올렸다.


동네에도 우동 맛집은 얼마든지 있지만,

고속도로 바람을 맞아야 완성되는 맛이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만화책 '심야식당'일 수도 있고,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자동판매기 식당'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떠들썩한 가정적 분위기에서 그다지 위안을 얻기 힘들 때

오히려 낯선 장소에 뚝 떨어진 모두가 고립된 식당에서

제각기 혼자인 공간에 나를 던져둘 때

어쩌면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우동 국물이 많이 식었다.

한 모금을 더 마시고,

다시 일상으로 향해 달린다.


그 끝에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다고

언제까지고 믿고 또 믿으면서.


세상을 감싸는 어둠의 차양이 한결 포근해졌다.



Destroyer - Savage Night at the Opera

https://www.youtube.com/watch?v=dfuDbWD_PIk

캐나다 밴드 Destroyer의 공연에 간 기억이 난다. 작은 클럽을 가득 채우던 열기와 바람처럼 날아오르던 노래와 연주들. 매니야 취향의 음악이라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나, 처음엔 심심할지 몰라도 자꾸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사진: UnsplashMi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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