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햇빛을 오롯이 흡수한 꽃들부터 불쑥 두드러지는 봄. 불쑥 인가. 겨우내 웅크린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 나름대로 매일 분투했을 터.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워도 자연이 주는 변화를 통해 봄이 다가옴을 제법 실감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듯, 싱그러운 것들이 주는 산뜻함으로 마음도 활짝 피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따사로운 햇살의 닿음이 언 틈 사이로 스며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근무지를 옮긴 지 열흘이 되어 간다. 저번 주는 적응하느라 힘이 좀 부쳤는데 역시 사람은 적응력이지! 금세 스며들었다. 이렇게 또 일 년을 익숙함으로 흘려보낼까 두려운 마음이 있다. 대표님과 찐친은 버티라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생각 없이 저지르고, 흐르는 대로 살고 싶은 사람이라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원래 그만둔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회사를 제일 오래 다니는 법이다. 정말 그만둘 용기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소리 소문 없이 그만두는 게 국룰이다. 그러고 보니 매년 그런 소리를 해왔네?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시나브로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떠나지 않는 생각으로 오락가락하거나 한숨짓는 순간이 왕왕 있지만, 이렇게 글 적는 시간으로 활력과 기쁨을 느낀다. 언 틈으로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꽃이 피는 걸 막을 순 없다는 노래를 들으며, 읽고 싶은 책을 보며,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며, 행복한 순간을 자주 마주하고 싶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잊지마 이 오랜 겨울 사이
언 틈으로 피울 꽃 하나 ♬
보이니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야
- 아이유,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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