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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햇살 May 29. 2021

호랑나비 애벌레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다-

선산에서 데려온 산초나무를 집에 심어주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방울방울 작은 씨앗 같은 게 떨어지길래 ‘뭐지? 어디서 떨어지지?? ‘그러면서 열심히 치우기를 며칠..(그땐 그게 산초에서 씨앗이 생겨 떨어지나 싶었다)

또 며칠 후 여전히 바닥에 씨앗?을 치우고 화분에 물을 주려다 기겁을 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벌레! 벌레! 벌레!

그것도 어마 무시하게 커다란 애벌레...(성인 새끼손가락만 함)

도대체 이 아이가 어디서 온 건지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무에 잘 붙어살아보겠다고 하는데 어떤 애벌레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고민도 돼서 검색을 불같이 하니 산초나 제피나무에 알을 낳는 호랑나비 애벌레였던 것...

그것도 이렇게 초록색 커다란 상태는 마지막 5령 애벌레라는 것ㅜ.ㅜ

4단계를 거쳐 마지막 단계로 훌쩍 자랄 때까지 우리는 전혀 몰랐던 것..

어쨌든 어느 시점에 왔든 간에 우리 집에 온 산초나무 따라왔으니 나비가 될 때까지 잘 보살펴야겠다는 마음과 왠지 모를 책임이 생겨 생각지 않게 호랑나비 애벌레 키우기 프로젝트에 돌입!

쾌적한 집부터 만들어 주고 아까 그 씨앗 같은 것은 애벌레 똥이라는 것도 알았기에 쾌적하게 매일매일 치워주었다

본래 신기하게도 호랑나비는 향이 강한 산초나무에 알을 낳고 애벌레가 되어 산초나무를 먹고 자란다길래 매일매일 또 싱싱한 산초를 넣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인가부터 잘 움직이지도 않더니 번데기가 될성싶게 꼼짝을 안 하다가 긴 실을 뿜어 몸을 꼭꼭 싸매고 미동 없이 지내기를 보름...

오늘도 잘 있나 확인하고 보러 가니 어느샌가 저리 이쁘게 나비로 우화 되었다

눈앞에서 호랑나비 애벌레를 키우고 호랑나비가 되어 날갯짓을 하는 것을 보니 감탄스럽고 생명의 감사함 을 새삼 느낀다

나비가 된 후로 20일 정도밖에 못 산다고 하니 애들이랑 그간 쌓은 정을 떼고 이별할 시간도 필요할듯해서 오늘, 내일은 데리고 있기로 했다

급한 대로 집에 있는 꿀도 넣어주고 꽃이랑 나뭇잎도 새로 넣어주고 햇빛 드는 곳으로 옮겨줬다

조만간 자연으로 돌아가게 날려주어야겠다

자식다키운 것 마냥 잘 자라 주어 고마워ㅜ.ㅜ

호랑이라고 이름 도지어주고 매일매일 번데기 바라보며 기다려 왔는데 기특하고 정말 예쁘다

벌레라고 하면 너무 무서워하는 내가 우리 집에 온 너를 이렇게 키울 수 있었던 것도 소중한 인연인 것 같다

햇빛 좋은 날 꽃 많고 양지바른 곳에 가서 잘 살아가도록 좋은 장소를 어서 찾아볼게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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