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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햇살 Nov 08. 2021

걷다보면 알게된다-

나는 다른 세상을 만난다

저질체력에 근력저하에 과체중에 운동이라면 담을 쌓는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그래도 하나 있다

걷는 것… 그래 그저 걷는 것

엄청나게 빨리 걷거나 엄청나게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저 유유자적한 산책이라고 하면 될까…

제주에서 올레길을 걸을 때 처음 알았다

아.. 내가 그래도 걷다 보니 7시간 정도는 걸을 수 있구나

한라산을 올랐을 때 알았다

아.. 내가 산을 오를 줄 아는구나

근데 내 다리는 오징어가 됐구나…


남다른 운동신경은 없다

무식하기 짝이 없게 느릿느릿 걷는다

낮은 바위에서 뛰어내려도 무릎부터 깨는 사람이 나니까 -


그럼에도

또 걷다 보면 좋다


왜 좋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왼쪽 무릎은 아픈 무릎이라 더 시큰 거렸고 몸은 후들후들 상태가 안 좋지만


보이는 게 많았고 느끼는 게 많아서였다

주로 숲 속을 거닐 때는 나무와 자연에 온신경을 빼앗겼고 사람들이 사는 길과 골목 여기저기를 걸을 땐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소한 것에 시선이 갔다

손안에 핸드폰으로 연신 걷다 찍다 걷다 찍다…

사진첩에 쓸데없는 사진만 담았나 싶다가도 사진 속 하나씩 지나쳤던 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길 위에 걷고 있는 나는 분명 행복했다


대단한 무엇이 아니더라도

걸으면서 보는 세상이 좋았다


그래서 걷다 보면 다른 생각 따위는 좀 내려둔다

지금 보이고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에 충실하며 걷는 순간을 좋아한다

그래 위로란 이런 거구나

말로 덮어주는 위로도 따뜻하지만

걷다가 느끼고 얻는 감정도 내게 위로가 되는구나

내 슬픔에 전혀 상관이 없지만

걷다 보면 내 마음은 이미 세상 어디든 다 누빌 듯 가벼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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