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세상을 만난다
저질체력에 근력저하에 과체중에 운동이라면 담을 쌓는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그래도 하나 있다
걷는 것… 그래 그저 걷는 것
엄청나게 빨리 걷거나 엄청나게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저 유유자적한 산책이라고 하면 될까…
제주에서 올레길을 걸을 때 처음 알았다
아.. 내가 그래도 걷다 보니 7시간 정도는 걸을 수 있구나
한라산을 올랐을 때 알았다
아.. 내가 산을 오를 줄 아는구나
근데 내 다리는 오징어가 됐구나…
남다른 운동신경은 없다
무식하기 짝이 없게 느릿느릿 걷는다
낮은 바위에서 뛰어내려도 무릎부터 깨는 사람이 나니까 -
그럼에도
또 걷다 보면 좋다
왜 좋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왼쪽 무릎은 아픈 무릎이라 더 시큰 거렸고 몸은 후들후들 상태가 안 좋지만
보이는 게 많았고 느끼는 게 많아서였다
주로 숲 속을 거닐 때는 나무와 자연에 온신경을 빼앗겼고 사람들이 사는 길과 골목 여기저기를 걸을 땐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소한 것에 시선이 갔다
손안에 핸드폰으로 연신 걷다 찍다 걷다 찍다…
사진첩에 쓸데없는 사진만 담았나 싶다가도 사진 속 하나씩 지나쳤던 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길 위에 걷고 있는 나는 분명 행복했다
대단한 무엇이 아니더라도
걸으면서 보는 세상이 좋았다
그래서 걷다 보면 다른 생각 따위는 좀 내려둔다
지금 보이고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에 충실하며 걷는 순간을 좋아한다
그래 위로란 이런 거구나
말로 덮어주는 위로도 따뜻하지만
걷다가 느끼고 얻는 감정도 내게 위로가 되는구나
내 슬픔에 전혀 상관이 없지만
걷다 보면 내 마음은 이미 세상 어디든 다 누빌 듯 가벼워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