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니박 Nov 26. 2019

첫 이별, 그날 밤.

쿨하지 못해 미안해



안녕 우리사이

연애가 끝난 지 1주년이 되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지난 연애를 회상할 겨를이 생겼다. 만난 기간은 8개월이었고 그 기간 동안 사실 행복했다. 우리는 7일 중에 5일 정도를 함께했다. 일하는 곳은 서로 달랐지만 내가 일찍 끝나면 내가 그의 집에, 그가 일찍 끝나면 나를 데리러 오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

미울 법도 한데 사실 밉지가 않다. 1살이 어렸는데도 연애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경어를 사용한 그였다. 순히 내가 더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그가 말했었다.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주던 사람이었다.

내가 밥을 먹다 기침이라도 하면 찬물을 버리고 더운물을 떠다 줄 정도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를 배려하던 그런 사람.


그런데 우리는 왜 헤어졌는가?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집착과 함께 변해갔고, 나는 마침 그때, 그와 함께할 마음이 거기까지였다. 함께 있으면 더 이상 예전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이상 쉬는 날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아 이제 나를 위해 쉬고 싶다.



나는 나 자신을 그보다 더 사랑한다-라고 정리를 해야 하나. 아니면 더 지속되면 둘 다 상처만 남겠구나- 라는 마음이었을까.

 사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런데 1년이 넘은 직까지도 그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날 그만큼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에 대한 감정이 좋은데.


순간순간 일상에서,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배려해주던 그가 생각나는 것은,

결국 나는 그 사람 자체가 아닌

내가 사랑받고 있었던 그 감정이 생각나는 거겠지.



첫 이별은 키우던 고슴도치를 떠나보낸 날이다.

5년 동안 함께한 보노는 결국 노화로 떠났다.

함께하면서, 너무 행복한데 언젠간 내 곁을 먼저 떠나겠지 그땐 견딜 수 없을 거야- 라며 항상 불안했었다.

결국 시간은 흘렀고 나는 그대로지만 보노는 떠났다.

보노는 떠나기 한 달 전부터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하게 나에게 안겨서 예전처럼 어리광을 부렸는데.

그날 나는 펑펑 울었다. 이별을 예감했던 거였을까.

그리고 그날 밤 내가 잠든 사이 그가 떠나버렸다.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돼있는데-

결국 혼자 남게 된 그날 밤을 죽어도 잊을 수 없다.



그날 이후로 보노는 몸만 떠났지 마음은 계속 내게 남아있다. 한 번씩 꿈에 나오기도 하고 갑자기 불쑥 생각이 난다. 나의 기억 속에 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별 후, 나는 자꾸만 내가 더 견디기 힘든 이별을 거부하게 된다. 어쩌면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다는 방어심리 생겨버렸다.


내가 더 상처 받기 전에 남을 떠나는 방식은 사랑뿐 아니라 우정에서도 지속되었고

결국 지금 내 옆에 남아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내가 내 마음만 위하며 사는 이 삶.

이렇게 사는 게 정말 나를 위한 것일지.

기억 속에 좋은 이미지만 남겨둔 채 몸이 떠나는 이별을 반복하면서 오늘도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그들을 그리워하는 이기적인 나를 스스로 질책한다.


정말이지, 쿨하지 못해 미안해




매거진의 이전글 20대 후반을 준비하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