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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박 May 25. 2020

지겹도록 제자리인 그 자리에서

지겨운 자기 합리화 오늘도 합니다


나라는 굴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드라마를 많이 는데 , 언젠가부터 드라마에 주인공들의 직업과 나이를 주의 깊게 보게 된다.


아니 여다경이 나랑 동갑이라고?


부부의 세계를 보면서도 새삼  비교를 한다.


나랑 동갑인데 차도 있고 직업도 있군!

괜한 자격지심에 사로잡며.



어렸을 때 막연히 20대 거쳐 30대가 되면,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자 주인공처럼 살 줄 알았다.

구두를 신고, 아침 일찍 카페에서 산 커피 한잔을 들고 회사에 출근하는 워커홀릭.

면허를 따고 차도 있겠지?

어린이 눈에 보인 멋진 어른의 모습.

그 모습으로 살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자라온 나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떤가.

나는 그대로다.

아직도 만화가 좋고, 후드티가 좋으며, 커피보다는 커피우유가 좋다.

심지어 차가 뭐야 면허도 없는걸.

돈은 벌고 있지만 직업도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일하기 싫어!


 그래도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었다.



나만 그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친구들은 좋은 회사에 취직도 했고 결혼도 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뒤쳐지는 건 아니잖아?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라며.


영화 '소공녀'의 미소를 좋아한다.

그녀는 가사도우미로 일당을 받고 일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술, 담배, 남자 친구

좋아하는 3가지를 위해 하루를 견디고 행복해한다.

집은 없어도 취향은 있어!

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그녀의 소신을 존경한다.


그녀가 만났던 다른 친구들.

집이 있지 대출금에 묶여있고, 가정이 있지만 살림에 치이는, 력이 있지만 자기 시간이 없는.

그 친구들이 과연 미소보다 행복했는가를 반문하며.


각자 포기하는 부분이 다른 거라고!



학교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할 일을 찾으며 방황한 날들.

그 시간 동안 지겹도록 제자리인 나의 지금 위치를 인정하기까지 힘들었지만.

어찌 되었던

나는  차라리 인생의 방향을 선택하고 속도를 포기한다.

그렇게 계속 제자리만 돌겠지.


결국 그냥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겠다는 자기 합리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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