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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박 May 28. 2020

좋은 1 순간을 위해 버티는 10 순간의 하루

아빠의 소주 1병


'사회생활'이라는 옷걸이에 걸려버린 우리


아빠는 항상 퇴근 후에 소주를 1병 드시고 주무셨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아빠의 모습이 싫었다.

평소에 무뚝뚝한데 술만 마시면 웃음과 말이 많아졌다. 내 손을 잡고 놔주지 않은 채 이런저런 지나간 얘기를 하는,

그런 평소와 다른 아빠의 모습이 무서웠다.


술만 마시면 어린아이가 되는 아빠.

나는 어른이 되면 절대 아빠처럼 되지는 말아야지-


지금의 나는 매일 맥주 2캔을 마셔야만 잠에 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된 노동을 하다 보면

퇴근 후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간절해진다.

 눈을 떠서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까지 나는,

그 한순간을 위해 버틴다.


너 그거 알코올 의존증이야


주변에 우려 섞인 말을 듣지만 내가 행복해지는 한순간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걸?

나를 괴롭히는 여러 가지 순간을 잊게 해주는 단 한순간.


맥주 한 캔을 들이켜면 우울하다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불현듯 아빠가 생각이 난다.

아빠의 하루도 이랬구나.

어린 내가 알지 못했던 아빠의 하루는,

고된 노동 가득했구나.

아빠도 같이 한잔하며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구나.


십수 년이 흐르고 겪고 나서야 느끼다니 너무 억울하다.


아빠에게도 그 순간은 가뭄 속 단비였음을

이제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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