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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박 Jul 25. 2020

그만 돈 벌고 싶다

돈 버는 기계의 짧은 하소연


작은 상자, 우리 집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으니 돈 벌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

유복하지 않았던 집안 사정을 알았기에 돈 빨리 벌고 싶었다.

가지고 싶은 게 있어도 부모님께 죄송해서 사달라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한 그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 당시 고등학생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얼마 없었다.

전단지 돌리기, 공연 홍보 피켓 들기, 하루 호텔 서빙.


갖가지 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


어른이 되면 꼭 제대로 된 일을 해서 돈을 꾸준히 벌고 싶다



대학에 진학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가 결국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일에 매진했다.


정말 단순히 내가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을 남의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사고 싶은 그 마음.

부모님한테 손 벌리지 않고 내가 내 생활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멋진 나.

꿈꾸던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

(늘어가는 학자금 대출에 질렸던 탓도 있다)


그렇게 나름의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나 혼자 생활하기엔 버틸만한 요즘.


매일 아침 돈 버는 기계로 출근을 하고,

업무에 시달려가며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월급날을 꼬박 기다리며 지만,


들어온 돈은 교통비, 적금, 청약, 카드값, 보험비, 통신요금으로 스쳐 지나간다.


수중에 남은 돈을 아끼고 아껴가며 살아가며 문득 드는 생각.


나 원래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고 싶어 돈 벌기 시작하지 않았나?


퇴근 후 매일 마시는 맥주를 사기 위해 늘도 나는 일을 하고 돈을 번다.

다음 달의 나를 위해 오늘나는 숨죽이며 산다.

사회에서 가면을 쓰고 괜찮은 척 버텨가는 하루하루.


사회에서 책임지고 내 몸뚱이 하나 먹여 살리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 라니!

앞으로 몇십 년은 더 이 생활을 반복해야 할 텐데!





돈 버는 게 문득 너무 힘들다.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도 있다.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이 직장이 나에게 필요한가 진지하게 고민한다.

퇴사할 거야-를 입에 달고 살면서,

키우는 반려동물 고슴도치를 쓰다듬으며

버텨가는 오늘.


하지만 그래도

결국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 나는 일찍 잠에 든다.

내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일해야 하는 나를 위해!

내가 책임져야 하는 고슴도치를 위해! (사료값 벌어올게)



어쨌든 살아가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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