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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박 Oct 25. 2020

 내 어항 속 나란 물고기

어쩌면 과학적인 내 기분

어항 속 나


괜찮다가도 우울해진다.

분명 잘 살자고 다짐했는데도,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싶은 감정의 순환. 반복.

그리고 혼란.


내 기분은 어쩌면 과학적이다.

낮에는 빛이 들어 화사하다. 광합성을 해내는 식물 마냥 뭐든 잘 해낼 수 있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밤에는 시들어버고 숨어버린다.

이상하게도 해가 지면,

그것도 잠들기 직전에 유독.

과거 지나간 기억 속까지 헤쳐 들어가 흑역사를 끄집어내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때 그 시간.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비효과의 주인공 마냥 쓸데없는 선택의 미련에 휩싸인다.

돌이켜도 안 될걸 알면서도.




열대어는 항 속에 산다.

열대어 구피를 수년간 키워보니 안 사실.


그들은 온도와 습도가 맞지 않으면 그냥 죽어버린다.


내 기분도, 내 감정도, 내 자아도.

어쩌면 열대어의 무엇과 같을지도



나란 사람의 어항 속.

나의 물고기인 내 기분, 감정, 자아는,

현재의 온도와 습도에 반응한다.

따스울 땐 긍정적이고

차가울 땐 부정적이다.


그러다가 쉽게 죽어버린다.


해가 뜨면 감정은 죽어버리고

현실의 상황에 대한 대처만 남는다.

그리고 달이 뜨고 밤이 되면

대처에 대한 자괴감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해가지고 달이 뜨고

공기가 따스움에서 차가움으로 바뀌면

예민하게 다가온 그 공기에

스스로를 자문하게 된다.




모든 공기는 향이 있다. 또 온도가 있다.

그렇기에 장소마다 공기가 다르다.

장소에는 기억이 있고 기억에는 감정이 있고.

내가 느끼는 주관적인 모든 것에 내 삶의 방향이 있다.


모든 것에는 내 모든 것이 서려있

정작 나는 모르는 내 진짜 감정.

나는 내 감정에 얽매여 있는 게 확실한데

풀어낼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어.


나는 좁은 어항 속 갇힌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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