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by blue

내가 로맨틱 코미디에 입문(?) 하게 된 영화는 바로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한국영화였던 것 같다. 익살맞은 그 영화가 재밌었다. 또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인으로서는 차분해보이는 배우 임수정에게 쾌활한 성격의 캐릭터가 주어졌던 것이 왠지 좋았다. 배우는 재밌는 직업같아. 상상 속의 인생과 인간을 체험한다는 게. 그 뒤로도 나는 왠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좋더라. 내가 연애를 하는 상태이든 연애를 하지 않는 상태이든.

맥 라이언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줄리엣 로버츠의 [귀여운 여인]도 너무 사랑스럽고 달콤한 영화다. 그런데 왠지 내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던 건... 산드라 블록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다. 영화 속 산드라 블록은, 지하철 티켓 징수원으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도 않고 묵묵하게 일하면서도 매일 지하철을 타러 오는 한 남자를 짝사랑하는 낭만도 품고 있다. 나는 이런 캐릭터 설정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밍숭맹숭하게 생긴 내가 짙은 생김새의 산드라 블록에게 감정이입을 한다면 이것 또한 자기 미화이겠지만 아무튼 나는 엄청 좋아하면서 감정이입했다.

산드라 블록은 크리스마스에도 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모두가 연인의 팔짱을 끼고 특별하게 하루를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산드라 블록은 투덜거리면서도 직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날, 좋아하던 남자를 우연찮게 구하게 된다. 그 이후의 줄거리는 스포일러 때문에 생략한다. 이 영화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 등장한 지하철 불량배들을 빼고는, 다 착한 사람들이 나온다. 짝사랑남의 가족들은 산드라 블록에게 곁을 내주고 그녀를 품어준다.

산드라 블록은 이때까지 혼자서도 잘 살아왔다. 혼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옮기며 창문을 깨기도 하고, 맨날 산만한 코트를 입고, 남자애나 쓸 법한 뜨개 모자를 쓰고 겨울을 나는데, 그 모든 모습이 사랑스럽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혼자서도 엉성하게 삶을 살아내는 모습이 난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런 산드라 블록에게 사랑의 기회가 찾아오고 산드라블록은 우연과 우연을 거듭하면서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늘 이 영화를 찾게 된다. 줄리엣 로버츠의 장난꾸러기 미소도, 맥 라이언의 달달한 표정도 애정하지만...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산드라 블록이 씩씩하게 현실을 살아가다가 사랑의 기회를 붙잡고 사람들과 섞이며 좌충우돌 고군분투 하는 모습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늘 현실을 덤덤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면서도, 사랑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싶다. 그렇게 산드라 블록처럼 크리스마스면 용감하게 사랑을 붙잡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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