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오 김세미 Nov 28. 2023

보이지 않았을 뿐

가을 단상

차창밖 산자락의  단풍을 보니  반사적으로 나오는 단어 하나. 울긋불긋. 구구단처럼 튀어나오는 어휘를 검색해 본다. 짙고 옅은 여러 빛깔들이 야단스럽게 뒤섞인 모양을 이르는 말이란다. 단풍 드는 모습을 이보다 잘 표현할  언어가 있을까. 대체할 수 있는 말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얼룩덜룩, 알록달록 그 어떤 단어를 넣어봐도  대체불가다.  


단풍(丹楓)은 낮아진 기온으로 광합성이 부족해져 일어나는 현상이다.  녹색의 잎을 더이상 유지 할수 없으니 나타나는 모습. 굳이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그렇다는 거다. 갈색이나 황색,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은 찬바람에 견디기 위한  나무의 월동 준비인 셈이다.


나뭇잎으로 보내던 물과 영양분을 차단하면  엽록소는 햇빛에 파괴된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초록잎들이 퇴장할 때다.  은박으로 덮인  종이를 동전으로 스크래치하면 그 안에 숨겨진 글자가 드러나는 모양새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다른 색소들이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한다.


녹색의 엽록소에 가려졌던 색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은 짧다. 히지만 단풍이란 이름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 단풍나무의 짙은 초록이 연두와 노랑을 걸쳐 빨간색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은 시차가 있으니  울긋불긋하게 보이는 것이다.  


숨이 멎을 듯 다채로운 가을산을 마주하니  붓을 들고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는 화가가 되고 싶다. 이젤에 캔버스를 놓고  물감을 풀어 채색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상상뿐. 그림엔 소질이 없으니 어쩌랴,  아쉽지만 하얀 도화지에  그림 그리듯  자음과 모음을 고루 섞어  글을 지어보련다.

작가의 이전글 안전모 쓴 아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