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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옥수수 Jun 06. 2023

입이 짧은 소피와 배고픈 애벌레

[아주 아주 배고픈 애벌레]/에릭 칼

우리 집 소피는 입이 짧다. 


자장면을 비벼 예쁜 접시에 담아 주어도, 

달콤한 케이크를 잘라 내어 주어도

늘 깨작깨작 먹다가 남기고 만다.




어느 날 젤리 한 봉지를 들고 놀이터에 같이 놀러 갔다. 

놀이터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남자애가 젤리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소피가 젤리 한 개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동안, 그 남자애는 벌써 다섯 개를 넘게 먹었다. 


가장 좋아하는 딸기를 먹을 때조차, 다섯 알보다 많이 먹지 않는다. 




에릭 칼(Eric Carl)의 [아주 아주 배고픈 애벌레]는 소피와 정반대다.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사과 한 개를 먹더니, 

다음 날에는 배 두 개, 

다음 날에는 자두 네 개, 

또 다음날에는 딸기 네 개, 

그리고 다음 날 오렌지 다섯 개를 먹는다. 


실로 대단한 먹성이다. 

에릭 칼의 그림체는 정말 독특하다. 

독특하고 화려한 색채에, 다양한 질감과 문양을 사용해,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독보적인 매력을 가졌다.


알록달록한 색채감에, 바라만 봐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아주 아주 배고픈 애벌레]는 몸은 초록색에 올록볼록한 모양인데, 

얼굴이 무려 사과 같은 빨간색이다. 

이 웃긴 얼굴만 봐도 너무 재미있다.

웃기게 생긴 애벌레가 엄청나게 음식을 먹어 치우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과정이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아주아주 배고픈 애벌레]는 아주 어린 아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만큼 단순하다. 


동시에 어떤 아이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다.




세상에 어떤 애벌레가 사과, 배, 자두에 이어 

케이크에 아이스크림, 치즈, 소시지, 막대사탕까지 먹겠는가.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아이들은 애벌레가 무엇을 먹는지 궁금해한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더욱 많이 먹는 애벌레를 보고 눈이 커지는 것을 본다. 


그런데 이 애벌레가 먹는 모습이 영 얄밉다. 

사과를 하나 먹는다고 해 놓고, 가운데에 동그랗게 구멍만 쏙 파먹고 

나머지는 버리고 떠나버린다. 


내가 애벌레의 엄마였다면 한마디 잔소리를 했을 것 같다. 


“얘, 남기지 말고 마저 먹어야지.”

“엄마. 저 먹을 만큼만 먹어도 돼요?”


소피가 음식을 앞에 두면 늘 하는 말이다.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그런 말부터 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꾹 참고 고개만 끄덕인다.


남겨도 된다는 말에 환하게 웃는 것이 우리 집 소피니까.


[아주 아주 배고픈 애벌레]는 알록달록한 음식들을 원 없이 먹고 화려한 나비가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딸, 소피도 언젠가 아름답게 성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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