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씨의 의자 / 노인경 / 문학동네 / 2016
ISFJ는 한 마디로 겸손한 수호자다.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주변 인들을 배려하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곤 한다.
또, 감사를 요구하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세심하고 배려심 강한 성격으로 친구나 연인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이들의 배려를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번아웃을 경험할 수 있다.
혹은 자신의 방식을 바꾸거나 인간관계를 끊어야 할 때에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죄책감을 느낀다.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겸손한 수호자, ISFJ 곰 씨의 이야기다.
곰 씨는 혼자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음악을 듣거나 차를 마시기를 좋아한다.
어느 날, 커다란 배낭을 멘 토끼가 곰 씨의 앞을 지난다.
자신을 탐험가라 소개한 토끼는 곰 씨에게 직접 겪은 역동적인 모험담을 들려준다.
토끼의 활기에 매료된 곰 씨는 곧 그와 친구가 된다.
곰씨의 곁에 정착한 토끼는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자연스레 곰 씨에게는 더 많은 친구가 생긴다.
친구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 기쁜 일이지만, 이상하게 곰 씨의 마음은 갈수록 불편해진다.
너무 많은 토끼 친구들이 매일 같이 찾아와 함께 하니,
혼자서 조용히 차를 마실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없게 된 것이다.
견디다 못한 곰씨는 토끼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하려 하지만,
섬세한 성격의 곰 씨는 토끼들의 마음이 상처 입을까 걱정되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런 곰 씨의 고민을 알지도 못한 채 토끼 가족들은 해맑게 곰 씨의 곁에 가깝게 붙는다.
곰 씨는 나오지 않는 말 대신 행동으로 마음을 드러내려 한다.
의자 위에 아무도 앉지 못하도록 몸을 쭉 펴고 눕기도 하고, 페인트칠을 하기도 한다.
곰 씨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토끼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여 더욱 곰 씨의 주변을 어지럽히고,
곰 씨는 예전처럼 온화하고 우아한 자기 모습을 잃어 간다.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던 곰 씨는 결국 심한 감기로 진짜 앓아눕는다.
토끼들은 아파서 자리에 누운 곰 씨를 정성껏 간호하고 진심으로 걱정한다.
그제야 곰 씨는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함께하는 것은 정말 좋지만,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고.
토끼들은 이후로 곰 씨의 시간을 지켜주기로 한다.
여전히 곰 씨와 친구로 지내고, 곰 씨의 의자에 놀러 가지만,
가끔은 곰 씨가 혼자 있을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게 된 것이다.
곰 씨는 혼자 있고 싶다는 진심을 말하면
토끼들과의 우정이 깨어질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오히려 토끼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된 후에
더욱 친밀한 관계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을 정말 좋아한다.
친구와 만나는 것은 불편하지만, 혼자서 훌쩍 어딘가로 떠나는 일은 좋아하고,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것은 금세 피곤해지지만, 혼자서 공상하는 것만은 몇 시간이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이 나처럼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에게, 특히 아이들에게는 잘 추천하지 않았다.
그러다 소피에게 무심코 이 책을 읽어주었다.
신기하게도 아직 어린 소피도 곰 씨의 고민과 괴로움에 대해 잘 공감하고 이해했다.
나는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가져가 보았다.
활기찬 토끼들보다 아이들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곰 씨의 입장을 잘 이해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토끼처럼 활기찬 아이들이라도 그 안에는 소심함과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이 함께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우리가 어울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은 때로 아주 즐거운 일이지만,
가끔은 혼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주고, 다른 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