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지현 Sep 16. 2021

산 넘고 미로 같은 골짜기를 건너 호안 미로미술관

우리에게 진라면은 라면 그 이상인 것이다.

 바르셀로나 남서쪽의 나지막하지만 가파른 절벽, 몬주익 언덕에 위치한 호안 미로미술관은 이번 유럽 미술여행에 있어서 가장 찾기 힘들었던 미술관 중에 하나였다. 분명 시티 맵퍼를 목적지를 잘 잡고 걷고 또 걸었지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산골짜기가 나온다. 산골짜기 초입에 들어서서는 이리로 가라 해서 가면 철장에 갇혀있는 거구의 개 한 마리가 잡아먹을 듯이 왈왈거리고, 저리고 돌아가니 막다른 골목이 나온다. 결국 플랜 B 구글맵을 혼용하여 등산하며 도착한 호안 미로미술관은 오죽하면 딸아이가 미로 같은 길에 있어서 미로미술관이냐며 투덜 댈 정도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는 산 하나를 가로질러 등산하며 미술관에 도착한 셈이었다)



호안 미로미술관(Fundació Joan Miró_Parc de Montjuïc, s/n, 08038 Barcelona, Spain)

호안 미로미술관
엄마표 유럽 워크북_호안 미로미술관
호안 미로 미술관 Family Kit / 성인 2인 20% MIROKOREA 할인 €20.80

 피카소, 달리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미술계 3대 거장으로 평가받는 호안 미로는 90세 세상을 떠날 때까지 회화, 조각, 도예 등 무수한 작품을 남겼고, 어린아이가 그렸을 법한 단순하면서도 경쾌한 화풍은 그의 낙천적인 감성을 엿볼 수 있다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게 대전의 비극적인 경험들이 담겨있다는 내용을 알고 작품을 대하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호안 미로의 대표적인 자화상

 단순하고 선명한 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호안 미로의 자화상은 그의 자유분방함과 경쾌함이 묻어났고, 다소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미로의 단순한 점 선 면은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아하는 김환기 작가의 점 선 면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저주받은 인간의 희망 1,2, 3



 내 머릿속 미로에 빠진 것과 같이 너무 이해하기 어렵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빨강, 파랑, 노랑을 사용해 저주받은 인간의 희망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예술의 길은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지 미술 '잘알못'인 게 한스러울 정도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작품들이 하얀 벽과 대조적으로 알록달록 다채롭게 전시되어있었는데, 둘째 아이는 작품 앞에 서서 이 작품은 수박같이 보인다면 수박 먹는 포즈를 취해본다. 

그래. 네가 수박이라면 수박인 거야. 

미로재단의 태피스트리

 아이들은 넋을 놓고 본 그림과 콜라주 태피스트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로 재단의 태피스트리는 압도적인 크기에 한번 놀라고, 2층에서부터 내려온 태피스트리의 그을린 부분 부분, 얼기설기 짜인 투박한 느낌을 앞에서 측면까지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처럼 느껴졌다. 미로 특유의 경쾌함과 자유분방함이 한껏 농축된 작품이었다.

아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작품
<도망치는 소녀>

 아쉽게도 야외를 개방하지 않아서 멀리서만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유리 창밖으로 보는 미로의 작품은 또 하나의 캔버스의 작품처럼 앙증맞고 경쾌함을 자아냈고 2층에 마련된 아이들의 공간에서 아이들은 키즈카페에 온 것처럼 신나게 놀았다. 

미로미술관 shop

 감상을 끝으로 호안 미로 미술관 샵에 들러서 구경을 하였고, 언제나 그랬듯이 대표적인 엽서를 구매했다. 정말 사고 싶었던 아이템이 가득 있었지만 짐 무게 압박으로 아쉬운 마음만 간직한 채 미로 미술관을 나왔다. 



비하인드 스토리

 어디선가 낯설지 않은 느낌,
한국에서 호안 미로를 라면봉지에서 만날 줄이야.



 하찮을 수 있는 고작 라면봉지 하나에 우리는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의 추억을 곱씹는다. '엄마. 미로 같은 길에 있어 호안 미로 미술관이었을까요?'라고 너는 또 묻겠지.

이전 03화 월요일은 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