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일까?
2018년 10월의 토요일, 신촌에 있는 제이라이프스쿨에 소통 특강을 들으러 갔다. 강연 시간이 3시간이나 됐었고, 조금 피곤했기에 강연 도중 졸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강연이 시작됐고 30분 정도 지난 거 같았는데, 어느 덧 3시간이 지나있었다. 소통 특강답게 강연자가 3시간동안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옆 사람과 함께 얘기하며 강연에서 배운 것을 실습할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Q&A 시간이 있었고, 한 사람 한 사람 용기내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받은 강사님은 질문을 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선 좋은 질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용기 내서 질문해준 저 분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질문한 사람들은 좋은 질문이라는 칭찬에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질문이 좋다고 칭찬받은, 그 괜찮은 기분을 질문을 많이 하는 나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또 혼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 질문’이란 도대체 어떤 질문을 말하는 걸까?
아마도 ‘좋은 질문법’을 누군가에게 배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법에 대해 배운 적 있나요?’라고 물어봤지만 대부분 ‘질문법을 어떻게 배워?’라든지, ‘이상한 질문을 하네.’라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질문법을 배운 적이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내 주변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학생때를 떠올려보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질문 있는 사람 손 들어.’라고 말할 때 자신 있게 손을 들어 질문하는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이 ‘적극적이다’라고 칭찬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대부분이 질문하는 것을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과과정 중에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에 대한 커리큘럼은 없다.
즉,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질문한다.
그렇기에 ‘질문의 질’이나 ‘질문을 활용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또한 살아가며 습득한 지혜이므로 ‘질문이 중요하다’라고 의식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렇기에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고 공부해볼 것을 권한다.
좋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크게 2가지의 효과가 있다.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고,
두 번째는 훨씬 더 값진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잘 관찰해야하고, 그 사람이 자주 쓰는 단어나 대화의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자아성찰을 하면서 ‘나다운 삶’을 찾을 수 있다.
3년 전, 좋은 책 한 권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계속 ‘질문’에 대해 생각해왔고 그 결과, 우리는 질문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우리는 의식적이나 무의식적인 행동을 취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질문한다. 예를 들면, 중요한 소개팅을 앞둔 사람은 전날, ‘내일 저녁을 어디서 먹지?’ ‘어떤 옷을 입으면 상대방이 좋아할까?’등 마음속으로 먼저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소개팅 장소를 결정하거나 입을 옷을 결정한다.
‘내일 소개팅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때문에 소개팅 전에 미리 준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사소해보일 수 있지만, 이런 질문들조차 하지 않는다면 소개팅의 성공확률이 지극히 떨어질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가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질문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면 행동도 바꿀 수 있다.
내가 생각한 좋은 질문은 ‘깨달음’이다. 질문 받은 사람이 자연스레 대답하고 싶어지고, 그 사람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사고와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나 역시 몇 년 전 누군가로부터 받은 좋은 질문에 큰 영향을 받았다. 질문을 해준 사람은 함께 독서모임을 하던 동갑내기 친구 용인이였다. 책을 써야겠다라고 다짐을 먹은 지 2주도 지나지 않았던 그 날, 용인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민창아, 넌 독서모임을 통해 뭘 하고 싶어?’ 어떤 의도로 질문을 했는지는 잘 몰랐지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책을 쓰고 싶어.’ 그러자 용인이는 ‘그래? 그럼 책을 쓰고 난 다음에는 뭘 하고 싶어?’
라고 질문했다. 사실 아직 책도 쓰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많이 당황했다.
‘아,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렇구나, 그럼 넌 언제 책을 쓸 건데? 그리고 어떻게 책을 쓰려고?’ 이 질문에 대해서도 만족할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음.. 5년 뒤에는 그만한 역량을 갖추지 않았을까?’
용인이는, ‘음, 그렇구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단 늦네. 난 너의 열정을 봤을 때 좀 더 빨리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알았어.’ 라고 말하며 웃었다.
주고 받은 질문과 대화는 굉장히 짧았지만 난 그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부끄럽지만 용인이의 질문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되고 싶은 꿈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그저 ‘난 독서를 좋아하니까 독서와 관련한 책을 써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책
을 언제까지 쓸 건지, 어떤 식으로 쓸 건지, 그리고 책을 쓰고 나서 어떤 활동을 할 건지, 출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나에게 정말 필요한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출판사들을 알아보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나의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책은 어떤 장르인가?’ ‘30대가 가기 전에 책을 쓰기 위해 하루에 몇시간을 투자할 것인가?’
질문이 달라지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깨달음을 얻자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용인이와의 짧은 대화가 있고 난 후, 정확히 5개월만에 나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좋은 질문’은 타인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하지만. ‘좋은 질문’이 자기 자신을 향하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인생의 가능성을 크게 확장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