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상대방을 집중시킨다.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돌직구

by 권민창

손은 어찌 할 줄 몰라 뒷짐을 졌고, 온 몸엔 식은 땀이 났다. 긴장을 하다 보니 계속 같은 단어만 반복한다.


더 가관인건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연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 내 강연을 듣는 사람보다 강연을 듣지 않고 딴 짓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 강연에 집중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노력도 해봤지만 나 스스로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그 때 아는 형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창아, 유명한 강사분들 영상을 보고 따라해보는 건 어때?’

그 형의 말을 듣고 유튜브에서 유명한 강사님들의 영상들을 찾아보며 분석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분석을 해보니 그 분들과 나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질문’이었다. 그 분들은 강연 중간 중간 끊임없이 청중들을 향해 물었고, 청중들을 상황 속에 포함시키는 질문을 했다. ‘여러분이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직접 처해있지는 않더라도 청중들은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반면 나는 내가 외웠던 대본을 그대로 읽었다. 그것은 강연이라기보다는 독백에 가까웠다. 이야기가 아무리 재밌다고 하더라도, 듣기만 해서는 ‘나와는 다른 상황이구나. 자기 얘기하네.’라고 청중들은 생각하고, 그럼 자연히 앞에서 느꼈던 호기심이나 기대감이 사그라들고, 졸리거나 재미가 없어진다. 그 후로 강연을 할 때, 중간 중간 청중들에게 질문을 했다. ‘여러분이 이 상황이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10초 정도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자, 지금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사랑이란 개념은 제각기 다르겠죠. 저는 사랑이란 마음의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이렇게 상대방을 집중시키는 질문을 던지고, 내 논지를 풀어갔을 때 청중들의 참여도가 훨씬 좋고 집중도 잘 하는 것 같았다. 강연 후 피드백도 많이 개선되었다. ‘중간 중간 질문을 해서 집중이 되었습니다.’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어서 다음 내용이 기다려졌습니다.’ 같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질문은 1대 다수 상황뿐만 아니라, 1대 1의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집중시키는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 대화 도중 상대방이 다른 곳을 보거나 지루한 티를 내면서 질문도 전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 달 전, 대학교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강연행사에 패널로 초빙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동아리는 학교에 관한 이슈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로 풀어내며 많은 학생들에게 의미를 주고 싶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자존감’이라는 키워드로 강연과 질의응답을 해줬으면 한다고 연락이 왔다. 학생들이 학교를 위해 뭔가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기특해 흔쾌히 승낙했고, 강연 전 사전미팅을 하기로 했다. 그 동아리에서는 사전미팅 전에 나에게 자존감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브리핑을 해주면 감사할 것 같다고 얘기했고, 도움이 되는 강연을 하고 싶어서 이리 저리 준비를 많이 하고 나갔다. ‘안녕하세요. 권민창입니다.’ 만나기로 한 카페에 한 명의 학생이 앉아있었다. 그런데 인사를 받는 학생의 표정이 시큰둥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보여주며 나는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자존감에 대한 키워드를 하나 만들고, 몇 가지의 공감 가는 예시들을 통해 학교에 관한 이슈를 알리면 어떨까

라는 식으로 열심히 얘기하고 있었는데, 단 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학생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슬쩍슬쩍 핸드폰을 만지는 것이었다. ‘아니, 초빙해놓고 지금 뭐하자는 거야?’ 순간적으로 감정이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말을 멈추고 10초 정도 흘러가게 놔두었다. 그러자 그 학생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학생에게 물었다.

‘00씨, 오늘 우리가 나눠야 할 가장 중요한 주제가 뭐죠?’


그 학생은 정신을 차리고 나를 바라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나는 그 학생을 지긋이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음, 글쎄요.’ 학생이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강사님과의 미팅을 통해 자존감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좀 더 효과적으로 어필할 부분을 찾는 거겠죠.’ 나는 말했다. ‘그런데 아직 보여드릴 피피티가 좀 더 있는데, 제가 봤을 때 00씨는 이 주제 말고 다른 부분에 더 관심이 있으신 거 같아요.

혹시 괜찮으시면 00씨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될까요?’ 그러자 그 학생은 한숨을 내쉬며 나에게 얘기했다.

‘사실 강사님을 초빙한 건 제가 아니고 동아리의 다른 학생입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에 회의적이었고요. 그런데 초청을 하고 학교에서 예산을 받았기에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확정이 됐습니다. 오늘 강사님을 초빙한 친구가 급작스럽게 시간이 안 돼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집중을 못하는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나는 말을 듣다가 질문했다.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으시죠. 그런데 아까 말씀하시기를 이 프로그램에 회의적이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신 건가요? 00씨가 생각하기에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죠?’ 질문만 바꿨는데 주제가 갑자기 바뀌었다. 00학생은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지만, 이걸 홍보할 수단이나 학생들의 참여율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을 추가로 던졌고, 그 학생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계속 나눴다. 나도 그 학생의 고민과 동아리 학생들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몇 가지 제시했고, 자존감에 대한 사전 브리핑은 다음 미팅으로 미루게 됐다. 준비했던 피피티는 다 보여주지 못했지만 미팅이 끝나고 가려는 내게 그 학생이 말했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서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얘기할 수 있을까요?'



'홍보와 참여율만 해결이 된다면 동아리차원이 아니라 학교차원에서 훨씬 더 큰 행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때 강사님을 초빙하는 게 강사님 입장에서도 좋을 거 같구요. 오늘 말씀해주신 좋은 질문들과 아이디어들을 다시 한 번 동아리원들과 고민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을 붙잡고 내 얘기를 했더라면, 서로의 시간만 축내는 상황이 됐을 텐데,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그 학생의 의사를 묻는 질문을 함으로써 훨씬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양쪽 모두에게 진심으로 중요한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 서로의 관계는 진정성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 또한 공감대를 형성해서 서로를 더 소중하고 의미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질문은 상대방을 집중시키고 서로의 유대감을 형성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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