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의 폐해
며칠 동안 에어팟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집을 샅샅이 뒤져봐도 없었고, 직장에서 있을만한 곳을 다 뒤져봐도 없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 직장에서 친한 후배가 에어팟을 들고 다니는 겁니다. 그 전에는 한 번도 에어팟을 끼고 다니는 걸 못 봤었기에, 뭔가 이상했습니다.
‘00야, 너 혹시 에어팟 언제 샀어?’
‘저요? 1달 정도 됐는데..’
‘아, 그렇구나.’
후배가 그렇게 말하니 별다른 얘기를 더할수도 없었고,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제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그 후배를 며칠 동안 계속 보고 있으니 의심이 더더욱 커졌습니다.
하는 행동도 의심스럽고, 제 눈치를 계속해서 보는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그 날 저녁 집에서 안 입는 셔츠를 정리하다 우연히 셔츠 앞주머니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걸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제가 그토록 찾던 에어팟이 들어있었어요.
그 후배를 그렇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지면서, 돌이켜보니 제가 의심스럽게 생각했던 후배의 행동들이 지극히 평범한 반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입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그 후배가 범인일 것이다 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그 후배의 모든 행동들을 제 마음대로 평가하고 판단했습니다. 에어팟이 발견되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저는 더욱 더 후배를 의심하고 미워했을 수도 있었겠죠. 고작 에어팟 때문에 소중한 후배를 잃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제 스스로가 참 부끄럽고 민망했었습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고, 자기만의 착각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보면 흔히 이런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면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고, 배척합니다. 저도 제가 가진 믿음이 100% 옳다고 생각했고, 후배를 마음속으로 범인으로 몰아세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갖고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갖춰야 합니다. 상황을 한 번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의심하기 전에 내가 정확한 근거 없이 그저 감정을 앞세워 상대방에게 실례되는 행동을 하는 건 아닌가라고 되돌아봐야 합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그 후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말은 안했지만 사실 에어팟이 없어졌었고, 공교롭게 그 타이밍에 니가 에어팟을 착용하고 다니길래 의심을 했었다고, 너무 미안하고 제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그 후배는 저도 그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고, 괜찮다고 얘기해줬습니다. 찾아서 다행이라고 말입니다.
살아가며 참 부끄럽고 어리숙한 행동들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위의 좋은 사람들이 용서해주고 보듬어준 덕분에 조금씩 성숙해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오늘도 저는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풍기는 행복이라는 향기를 맡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행복이라는 향기를 전달해줄 수 있는 선선한 바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