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괜찮아요. 본인으로 살아가셔도 돼요
글쓰기 클래스 실습을 하는데, 글을 쓰시다 한 분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두 아들의 엄마로, 그리고 남편의 아내로만 살아갔던 30대 후반의 여성분이셨습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조차 어색하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도 몰랐지만, 막상 자신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그 동안 꾹꾹 누르고 참아왔던 감정이 터진 거 같았어요.
글을 보는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에도 한참을 고민하시다 쭈뼛쭈뼛 적으셨어요. 이게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으시면서요.
어떤 말씀을 해드려야 할 지 몰랐습니다. 자신 있게 그것도 행복이라고 말씀드리기도 죄송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참고 인내하셨을까요. 얼마나 많은 순간을 억누르고 사셨을까요.
한참 눈물을 흘리시던 그 분은 수업이 끝난 뒤 제게, 오늘 덕분에 마음 속에 무언가가 조금 풀린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더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렸어요. 적어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두 아이의 엄마, 남편의 아내가 아닌 본인으로 사셨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니 그 분도 노력해보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를 찾아보겠다고.
저는 좋은 글의 기준이, 군더더기 없는 문장력,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 날 그 분의 글이 그랬습니다. 제가 감히 평가할 수 없을 만큼 울림이 있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을 희생하며 살아갑니다.
모두가 그렇게 사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여겨지니까 내가 불편해도 좋다고 믿으며 살아가요.
하지만 스스로의 인생에서 본인이 옅어지면 인생이 불행해질 수도 있는 거 같아요.
그럴 땐 굳이 글이 아니더라도, 꾹꾹 참아왔던 스스로의 감정을 터뜨리고 되돌아볼 수 있을만한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아프지만 본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또 행복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니까요.
아무쪼록 그 분이 자신의 글을 사랑하고 글을 쓰며 스스로를 더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에게 존중 받고 사랑 받을 가치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