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아기 토끼

그림책과 삶: 비극적으로 끝날지라도 스스로 또 함께 쓰는 삶의 의미

by 내이름은빨강


이틀간 흐리고 비가 내렸던 날은 가고

다시 새벽이 밝아오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는 금요일이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라스칼 글, 클로드 듀보이 그림, 홍성혜 옮김

<빨간 아기 토끼>입니다.



제목과 표지를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 들지 않으신가요?

네! 바로 샤를 페로가 쓰고 우리가 정말 많이 읽어 온

<빨간 모자>를 새롭게 쓴 그림책이랍니다.


간단히 함께 읽어보실까요?





옛날 옛날

원래 하얬는데 빨갛게 된

토끼 한 마리가 있었어요.


어느 날 감기 걸린 할머니를 위해

음식과 약을 갖다 드리러 간 빨간 토끼.

수풀 속에서 '빨간 모자'를 만나게 되지요.


이미 둘은 책을 통해 서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빨간 토끼와 빨간 모자는 궁금합니다.



"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말해 줄래?"

"너무 나쁘게 끝나서

차마 말해 줄 수가 없어."

"아아! 둘 다 끝이 나쁘다니!

빨간 모자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과연 이 둘은 어떻게 할까요?


뒷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 직접 확인해 주시고요~




작년 초, 회사 일,

인간관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철학관에서 사주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사주 보시는 선생님께서 제게

"너는 운이 좋은 편인데, 말년 운이 좀 없다."

라고 하시더군요.


그날 속이 상했던 건 전혀 다른 부분이어서

거기에 신경을 쓰고 감정을 쏟느라

당시에는 이 말이 그리 심각하게 들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 말씀이 생각나면서

자꾸만 걱정이 되는 겁니다.


'쳇! 말년 운이 안 좋다니.

말짱 헛거 아냐.'



지금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좋은 운의 시기라 그런지

꽤 좋아요.


여전히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마음이 상하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업무적 상황이 들이닥치고


해결해야 할 생활적인 문제들이

수시로 터지지요.


글을 쓴다지만 이게 어디로 갈지

막막하기도 하고


가끔은 이런 성과 없는 일에 매달리느라

소홀한 육아며 지지부진한 재테크 등에

남들의 결과와 비교하며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매일 새벽이면 일어나

한 편의 글을 쓰고

시간이 되면 다른 글도 읽고

그림책을 펼쳐 마음에 들어오는 구절을

옮겨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게 재미있고 가슴 가득 충만감이 몰려들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이제야 사부작사부작해 나가며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저도 늘 궁금해요.

빨간 토끼와 빨간 모자처럼요.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철학관을 찾아가 물어보고 싶지는 않아요.


말년 운이 나쁘다고 해서 삐졌냐고요?

아니요^^



작가가 써서 유명해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끝은 끔찍하지요.


빨간 토끼와 모자는 결말을 듣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쓰는 상상을 해요.


하지만 다시 써본다고 해도

늑대며 사냥꾼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언제고 불쑥 들이닥치는 삶의 힘겨움 속에서

그저 열심히 쓸 수 있는 건 바로 오늘,

내 앞에 펼쳐진 지금 이 순간일 거예요.



그 마음으로 오늘을 조금씩 쓰면서

그것으로 만들어질 다시 쓰인

내일(말년)을 꿈꾸고 싶네요.



이번 한 주간,

제가 필진으로 참여한 <라테처럼>이

구독 서비스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 밤 자정까지 인데요.



평소 오프의 인연들을 비롯,

이웃으로 오래 소통했던 분들과

조용히 제 글을 봐주셨던 분들까지

구독해 주셨다는 말씀에

가슴이 부풀어 올랐어요.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아무리 새로이 제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것이 혼자만의 독백에 머물렀다면

아마 오래가지 못하고 지쳐서 그만두었을 겁니다.


말년 운이 나쁜 걸 알지만

멈추지 않고 다시 써 나가려는 삶의 이야기를

함께 하며 들어주시고

이야기를 더해 주시고

나누어 주셔서

이 길이 외롭지 않고 더욱 풍성해집니다.


비록 우리가 가는 길(삶) 목에

무서운 늑대의 이빨과

사냥꾼의 총이 번뜩이고 있더라도


지금 이 순간은 함께

향기로운 풀밭에서 자리를 펴고

가져온 바구니 속의 맛있는 음식을

꺼내 나눠 먹고 싶습니다.


눈부신 햇빛과 푸른 하늘,

새들의 노래를 함께 즐겨보고 싶네요.



그렇게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의미 있는 누군가와 함께

새롭게 써 나가시기를 바라며



주말 잘 보내세요.



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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