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묘호랑 Jan 12. 2019

[확장] 악플

공격적인 말이나 글은 자기 세계를 확장하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진실한 어떤 것을 염원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그런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확장된 미래를 너무나 보고 싶은 나머지, 애 태우고 속 태우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의 마음에서 나온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예전 같으면 마음을 상하게 했을 말과 글을 조금은 우습게 또는 귀엽게 봐줄 수 있지 않을까.

모든 말, 모든 글, 모든 표정, 모든 행동, 모든 인간의 모든 것은 자기 세계를 확장하고픈 간절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따뜻한 집이 있는데도 만족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이 너무 많아서 관리가 어려울 지경인 사람들도 왜 그렇게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열심일까.

자본주의라는 시대적 흐름에 떠밀리는 와중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신제품도 쏟아지고 있으니까 그럴만도 하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혼자 유난 떨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시대에만 사람들이 열심히 살았을까. 옛날에는 사람들이 유순하고 순박해서 뭐든지 사이좋게 나눠 먹고 적당히 만족하며 살았을까. 부유한 양반들은, 이만하면 됐다 산해진미를 매일같이 즐기며 비단으로 만든 의복을 걸치고 다니니 권력같은 건 필요 없다고 했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 권력은 아니더라도 학문이나 예술 분야 등 각자 나름대로 성취하려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지구상에 자기만의 거대 제국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억만금의 재산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으며,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확실하다면, 왕좌에 오르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의 마음속에는 가능성이 이미 자리잡고 있다. 마음속의 나침반은 항상 최대의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하려 한다. 실현을 하려면 구체적인 말과 행동이 있어야 하며, 여기에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총동원하기에, 거기에는 진심이, 진실이, 진리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참된 것은 마음이지 객관적 진리가 아니다. 인간에겐 진리보다 마음이 우선한다.  


그래서 우리는, 진심이, 진실이, 진리가 아닌 것들도 동원하며, 이를 통해 가능성을 실현함으로써 자기 세계를 확장하게 된다. 하지만, 자기 세계를 확장하려는 자는 자기 혼자만이 아니다. 세상은 자기 세계를 확장하려는 인간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런 세상에서 최대한 자기 세계를 확장하려면 결국 다른 세계들을 없애 버려야 한다. 하지만, 총칼을 사용하든 평화로운 방법을 사용하든 다른 세계를 추구하는 인간들을 물리치기는 녹록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이 스스로 자멸하도록 말로써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인간은 희망이 있는 상태에서만 세계 확장을 향한 힘을 발산할 수 있다. 그런데, 터질 듯한 희망의 마음은 그만큼 위태롭다. 조그마한 균열에도 부서질 수 있는 인간의 마음은 안간힘을 다해 절망을 막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너무 날카로운 비수와 같은 절망에는 찢겨져 나간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용암과 같은 절망에는 무너져 내린다. 가시돋힌 말은, 악성 댓글은 비수가 되고 용암이 된다. 이같은 위력을 알기에, 사람들은 다른 세계를 배제하고자, 악성 댓글을 작성하기도 한다.


이전 12화 [확장] 노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