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번뇌가 별빛으로 변하기를

나, 아내, 고양이, 그리고 묘화당(猫花堂)

by 소한

첫 미팅으로부터 3주가 지나고, 12월에 두 번째 미팅을 갖게 되었다. 미팅 장소는 서울에 위치한 건축사사무소 건물이었다. 계약 후 첫 방문이었기 때문에 빈손으로 가기보다는 작은 선물이라도 사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라도 사가서 같이 먹으며 미팅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계약한 건축사사무소는 직원이 조금 많았다. 어림 잡아도 열 명은 넘어 보였다.


아내와 고민을 거듭하다가 회사생활 때의 경험을 살려 호두과자를 사기로 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결혼, 돌잔치 등의 경조사 답례품을 받고는 한다.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역시 떡과 호두과자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이다. 호두는 예부터 길상(吉祥)을 상징하는 과실이라고 한다. 딱딱한 껍질은 강인한 생명력, 속살은 건강과 지혜를 의미한다. 이런 호두를 선물하면서 상대방에게 행운과 복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고 한다.


아내와 나는 호두과자를 선물하면서 우리집을 잘 설계해 달라는 부탁의 마음을 담았다. 별거 아니었지만 빈손으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점이 스스로 좋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사람이 아닌 내 마음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싶다. 그리고, 표현을 하지 않으면 타인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작고 별거 아닌 호두과자이지만,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 마음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고 싶다.

두 번째 미팅의 주제는 집의 모양을 고르는 것이었다. 집이 바라보는 방향과 집의 구조로 인해 생기는 마당을 고려하여 총 여섯 가지 모양이 준비되어 있었다. 집이 바라보는 방향은 익숙한 개념이었지만 마당 구분은 생소했다.


마당을 햇빛이 잘 드는지 아닌지에 따라 '햇살마당'과 '그늘마당', 두 가지로 나누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햇살마당의 경우 햇빛이 잘 드는 만큼 식물을 키우기에 좋다. 하지만, 햇빛을 받기 위해 열린 구조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늘마당의 경우에는 장단점이 햇살마당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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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 장소에는 총 여섯 가지 후보가 있었다. 도면이 아니라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건축에 문외한인 나도 쉽게 이해가 되었다. 모형의 디테일도 훌륭했다. 우리집이 위치한 사거리 도로가 표시되어 있었고, 북쪽에 위치한 뒷집의 기둥 두 개도 우뚝 솟아 있었다.


건축가들은 준비한 구조의 장단점에 대해서 아내와 내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여섯 가지 구조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되었지만, 어느 모양의 집을 지을지는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당장 미팅에서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 준비한 모형과 도면을 집에 가져가서 천천히 고민하고 알려달라고 했다.


건축사사무소에서 받은 큰 종이가방을 손에 들고 광역버스에 몸을 실었다. 입은 쉴 새 없이 아내와 집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 같았다. 건축상담을 받을 때, 한 건축가분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집 짓는 과정이 즐거운 여정이 되시기를 바라요. 아마 그러실 수 있을 거예요."


'번뇌는 별빛이라'했다. 결정에 대한 고민은 깊지만 이 과정은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집이 지어지기까지의 수많은 '번뇌'가 결국은 '별빛'이 되기를 고대한다.


집 짓는 즐거운 여정 속에서 '번뇌'가 '별빛'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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