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마지막 밤

제주 3주 살기

by 아는언니

제주의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3주 차에는 특히나 체력적으로 힘도 들고 서울의 집이, 가족이 그립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오전 내에 함께한 유쾌한 동행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저 혼자만의 여정으로 오후 반나절을 마무리합니다.


먼저 <호랑이 주택>의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무릉 곶자왈을 가보았습니다. 그야말로 산속을 혼자 걷노라니 자연이 주는 기쁨보다 무서움이 컸습니다. 그렇게 아름답던 새소리도 다른 천적의 공격을 받아 울부짖는 것 같고, 어디선가 뱀이 나올까 봐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곶자왈 정상 표시를 앞두고 저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너무 무섭게 들렸습니다. 개일지 늑대 일지 너무 무서워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이곳이 성지순례길이라고 하는데, 정말 목숨 걸고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내려오고 나서 큰 안도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숙소는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이호테호 해변가에 위치했습니다. 이호테호.... 이름이 참 이국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해안을 걷다 보니 말 등대가 상징적이었습니다. 날씨가 좋은 이 날 이호테호 해변가는 그간 서쪽 해안에서 보지 못한 서핑족들로 붐볐습니다. 다만 한림, 협재 등 유명한 해변가의 세련된 모습보다는 아직 그리 많이 개발되지는 않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사 중인 곳이 눈에 띄는 것을 보니 곧 더 많이 개발될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피곤에 지쳐 숙소로 일찍 돌아와 씻고 거실에서 마지막 글들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스텝이 혼자 있는 저에게 불편한 것은 없는지 살뜰하게 말을 걸어줍니다. 경상도 출신으로 퇴사하고 이곳에서 약 한 달쯤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처음 올 때의 불안한 마음이 안정으로 바뀌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일을 할 힘을 얻었지만, 혹시나 다시 힘들 때 제주를 도피처로 생각하고 또 내려올까 봐 걱정이란 말을 했습니다. 또한 이곳에 정착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젊은 사장님들이 그저 팔자 좋은 것이 아니라, 생계가 걸린 밥벌이를 위해 얼마나 치열한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생각했습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 내 자리에 섰을 때는, 다시 마음 강하게 먹고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물론 200% 나를 소진하지 말고 늘 나를 보살피는 여유는 두기로. 그리고 제주는 무언가 도피나 회피하는 곳이 아닌, 리프레쉬와 쉼을 얻는 곳으로 마음만 가깝게만 남겨두자고.


제주의 마지막 밤은 이 전날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지만, 차분하고 또 앞으로의 내 마음가짐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메신저로 지인과 마지막 여정의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이 밤을 붙잡고 싶다고 했을 때, 이 행복한 시간은 꼭 다시 올 거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런 시간 또 올 거예요.
행복은 만들기 나름이잖아요.
지금의 시간도 '아는언니'님이 만드신걸요.


마음이 다시 따뜻한 연료로 꽉차오릅니다.


삼 주간의 행복했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지겹고도 그리웠던 제가 있던 자리로 돌아갑니다. 지칠 때 꺼내먹을 초콜릿 같은 추억들을 가득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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