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마셔도 돼
일 년에 술을 마시고 싶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다이어트와 살에 대한 강박이 있은 이후에 '술을 마시면 살이 찐다'는 공식을 삼아 술자리를 피했습니다. 살을 빼고 싶어서 몸을 많이 움직이는 취미활동들을 했고, 동호회라 끝나고 뒤풀이가 있다 쳐도 술자리는 가지 않고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거나, 술자리에 피치 못하게 참석하면 물을 마시곤 했습니다. 그러니 저에 대한 이미지는 술을 안 마시는 여자 더 나아가 약간 철벽을 치는 여자의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요즘 시대에 누구도 이런 술 마시지 않는 저를 비난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사람들은 저에게 더 이상 술을 건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나의 벽이 생기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최근 자발적으로 술을 마시고 싶은 날이 전보다 늘었습니다. 전에는 술을 마시고 싶은 날이 연중행사처럼 드물었다면 요즘에는 그 빈도가 확실히 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생맥주 벌컥벌컥 들이키는 맛을 5년 전쯤 알게 된 후에는 친구들과 만나 정말 맛있는 맥주 한잔 정도는 즐기게 되었습니다. 물론 늘 살찌는 것에 대한 걱정은 있기 때문에 집에서 혼술 하는 것은 아직 저에게 용납되지 않습니다. 혼술, 집술이 너무 하고 싶은 날에도 마켓에서 좋아하는 커피 향이 나는 흑맥주 한 캔을 집에 가져왔지만, 여태 냉장고 한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엔 제가 좋아하는 춤을 출 때 술기운이 살짝 오르면 춤을 진짜 기분 좋게 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잘 춰야 한다는 강박도 사라지고, 긴장이 풀리니 몸을 더욱 유연하게 쓰는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한편 저는 잊고 싶은 기억들이 있을 때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고통스러웠던 하루, 사랑받고 싶은 누군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혹은 누군가 내 험담 한 것을 알았을 때, 아니면 자존감이 몹시 떨어지는 경험을 할 때, 저는 술을 마셨습니다. 물론 제가 마시는 술의 양은 걱정할 정도의 축도되지 못합니다. 다만, 젊고 창창하던 시절 매일 같이 술을 마시던 회사 상사들을 보고 했던 생각이 있습니다.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으면 매일 술을 마실까? 저런 사람들은 분명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그 무기력함을 술로 달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술을 마시는 제가 예전에 좋게 보지 않았던 그 사람의 모습이 내가 되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 제동을 걸어보았습니다.
분명 술을 마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사람들과 좀 더 수월하게 어울리기 위해, 짧은 시간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대화하기 위해, 긴장을 풀고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 혹은 그런 상태가 조금을 유쾌하고 즐거움을 잘 느낄 수 있으니까. 무엇이든 너무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 이 술도 당기면 잠시 즐겨볼까 합니다.